너무 슬퍼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영어의 ‘Alas!’보다 적합한 말은 없다. 소풍 가는 날 비가 와서 ‘Alas, it rains today’라고 말하고 더 머무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경우에도 ‘Alas, I cannot stay’라고 말한다. ‘It is such a perfect weather, but alas, I cannot go out’(날씨가 이토록 좋은데 나가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다니)라는 표현도 있다. Alas는 감탄사와 부사로서 쓰인 역사가 길다.
Alas보다 더 고어체형으로는 alack도 있는데 loss(상실)의 고대 영어 lack이 가미된 것이고 대부분 poem(시)에 쓰였다. 매우 비통하고 슬픈 날이라면 ‘Alackaday!’처럼 붙여 쓰게 되는데 ‘오호 통재라’와 같은 우리말과 유사하다. Alas의 용도는 고대에서는 wretched(비참하고), weary(허탈하며), sorrow(슬픔)와 regret(후회)의 경우 사용했다. 지금은 이보다 느슨해서 ‘아’, ‘참’ 하면서 좀더 가벼운 사례에 쓰이기도 한다.
Alas보다 현대적인 것은 ‘Oh, dear!’, ‘Oh, my!’, ‘Oh, no!’ 등이 있다. 극한의 비통함과 허탈함을 표현할 때, 무언가 슬픔을 전해야 할 때 던지는 말이다. Kennedy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신문의 제목으로 ‘Oh, no!’라고 쓴 것은 Alas 대신 사용한 현대 표현이었던 셈이다. Alas는 연결어, 부사어 기능을 한다. 의미상으로는 ‘안타깝지만’의 뜻이기 때문에 regrettably, unfortunately, unluckily로 풀이할 수 있지만, 이 단어들은 미묘한 어감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신문 기사의 예를 보면 ‘Alas, the game is no more’, ‘Alas, he had finals and couldn’t attend’같은 문장이 나오는데 Alas 뒤에는 comma를 붙이는 것이 좋고 단독으로 쓰일 때는 느낌표를 붙이는 게 낫다. ‘Alas, the doctors couldn’t save him’처럼 문장 처음에 둬도 되지만 alas는 문장 중간에 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이 표현의 단점은 고어체라는 점이다. 요즘에도 이 어휘를 쓰는 현대인이 많지만 아이러니하거나 부정적인 상황에 많이 쓰인다. 따라서 영문 기사에서 ‘Alas, we have thought we have a good president!’(슬프도다, 우리는 좋은 대통령을 둔 줄 알았는데!) 같은 문장은 적합한 용례가 된다. 이 상황이 ‘Alas, poor President!’라고 동정할 상황은 아니다. 대통령이 좋든 싫든, 부국강병은 못 이룬다 해도 탈 없이 지나가길 기대했는데 3류 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현실은 참담 그 이상이다. 이런 때 가장 적합한 영어 표현은 역시 Alas다. 비통하고 후회할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진이 나서 폐허가 되었거나 수 십 년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을 때도 그리고 모든 기대와 희망이 날아갔을 때도 ‘Alas, it is such a sad day’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Oh, no!’라고 말하는 것은 그나마 개인적인 슬픔이다. 모두에게 집단적으로 들이닥친 참혹함은 ‘Alas’로 표현하면 무난하다. ‘Alas! it is true’(설마 했는데 모두가 사실이었네), And yet, alas!(무슨 말을 해도 통탄할 일), But alas, such is(아, 정말이지 그렇고 그랬군), Alas, it has proved(아, 이제 다 밝혀진 거군) 모두 응용 가능한 말이다. 이런 형국에 ‘Alas, poor President!’라고 연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정서는 아닐 것이다. 팍팍한 삶으로 지친 국민들이 이런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슬프고 불행한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