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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 호위무사' 곽동연 "마지막 장면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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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 호위무사' 곽동연 "마지막 장면 많이 울었다"

입력
2016.10.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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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연은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세자 이영의 호위무사 김병연으로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최재명 인턴기자
곽동연은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세자 이영의 호위무사 김병연으로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최재명 인턴기자

지난 18일 화제 속에 끝난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선 청년 배우들의 성장이 돋보였다. 이영 세자를 연기한 박보검은 순수함 뒤에 가려진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김유정은 남장여자 내관인 홍라온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극에 활력을 줬다.

가벼울 수 있는 판타지 사극에 중심을 잡아준 숨은 주역은 따로 있다. 이영의 죽마고우이자 그의 호위무사인 김병연을 연기한 곽동연(19)이다. 그는 무력한 왕권과 부패한 신하 등을 척결하기 위한 비밀조직 백운회 일원으로 세자를 감시하다, 세자를 지키기 위해 숨을 거두며 극의 비장미를 높였다.

“(박)보검이 형이랑 손잡고 펑펑 울었어요.” 드라마 종방 후 27일 서울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곽동연은 “죽는 장면을 몇 시간 동안 찍었다”며 당시 상황을 뜨겁게 추억했다. 너무 감정이 복받쳐 박보검과 정말 많이 울었는데, 오히려 감독이 세자가 김병연을 편하게 보내주는 걸 원해 눈물을 참은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2012년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배우 김상호의 대책 없는 중3 아들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부쩍 자라 있었다. ‘사춘기 메들리’(2013)등 그간 주로 철없는 청소년을 연기해왔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묵직한 모습으로 성인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속은 더 여물었다. 곽동연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고 있었다. 보통 결혼 반지나 연인 사이 커플링을 왼손 약지에 낀다. 기자가 반지의 의미를 묻자 “가족 반지”라고 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이 우정반지도 아니고 가족반지를 끼고 다니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 반지를 녹여 만든 것”이라고 했다. 곽동연은 열 일곱이 되던 해인 2014년 2월에 어머니를 잃었다. 그는 “이렇게라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에 반지를 끼고 다닌다”고 했다. 그의 본가는 대전이다. 배우가 되기 위해 2010년 홀로 서울로 올라와 6년째 가족과 떨어져 지내, 가족이 그리울 때면 반지를 보며 위안을 얻는단다. 곽동연이 ‘구르미 그린 달빛’ 제작 뒷얘기와 ‘나 혼자 사는’ 생활을 꾸밈 없이 들려줬다.

배우 곽동연은 왼손 약지에 '가족반지'를 끼고 다닌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반지를 녹여 만든 반지다. 최재명 인턴기자
배우 곽동연은 왼손 약지에 '가족반지'를 끼고 다닌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반지를 녹여 만든 반지다. 최재명 인턴기자

-박보검과 세부에서 일탈을 했다더라(곽동연은 박보검 등 ‘구르미 그린 달빛’ 출연 배우와 스태프등과 함께 최근 필리핀 세부로 ‘포상 휴가’를 다녀왔다).

“하하하, 대단한 건 아니다. 가이드 분 따라 지정된 한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했는데, 현지 식당을 가보고 싶어 (박)보검 형과 따로 간 적이 있다. 정작 식당에 들어서고 나선 주문도 못하고 끙끙댔다. 둘이 현지 거리를 걷는데, 한국에서보다 필리핀에서 더 많은 분들이 날 알아봐주셔서 놀랐다. 일이 아닌 놀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간 건 처음이다. 그래서 세부에서의 휴가가 더 기억에 남는다. 보검이형과 나중에 따로 여행을 가보자고 약속했다.”

-박보검을 비롯해 김유정 등 또래 배우들과의 특별한 추억은 없나.

“보검이형과 김윤성 역을 연기한 (그룹 B1A4 멤버인)진영이 형과 서로 음악을 좋아해 음악 얘기를 많이 하며 놀았다. 드라마 OST가 배우들 안에서도 인기였는데, 촬영장에서 서로 흥얼거리기도 하고. 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보검이 형이 화음을 쌓는 식이었다. 진영이 형이 가수니까 곡을 쓰고 피아노 연주하고 셋이 팀을 만들어 노래하자란 농담도 주고 받았다. 유정이는 동생이지만 속이 깊은 친구다. ‘묵은 지 같다’랄까.”

-세자 이영을 지키기 위해 대신 활을 맞고 죽는 장면이 절절했다.

“처음엔 대본을 받곤 의아했다. 죽기 전에 이영에 칼을 겨누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해가 안 갔다. 물론 앞서 백운회의 첩자로 활동하며 이영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하긴 했지만, 후반부엔 이영한테 마음이 기울어 있을 때였으니까. 나중에 추가 대본을 받고서야 이해가 갔다. 죽는 결말은 내게 유일한 희망이었고 좋아했던 사람(이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를 지키고, 그가 좋아하는 라온이를 지키는 일이었을 테니 공감이 됐다. 슛(촬영)들어가기 전에 보검 형과 정말 많이 울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이영이 병연을 편하게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서로 울지 말자고 독려했다. 카메라 돌아갈 때 눈물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속 곽동연. KBS 방송 캡처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속 곽동연. KBS 방송 캡처

-호위 무사 역을 맡아 지붕 위에서의 격투 등 액션 신이 많았다.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합기도랑 복싱을 했다. 액션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 다만 칼을 써야 하는 게 어렵더라. 상대에게 칼을 겨누는 거리 계산도 잘 안 되고. 제일 힘들었던 건 가발 쓰고 촬영하는 일이었다. 머리카락이 긴 데다 왼쪽은 입까지 닿을 정도로 풀어 놓고 있어야 해서 액션 연기할 때 갑갑했다. 드라마 촬영이 한 여름에 진행돼 머리에 본드 붙이고 가발을 써야 하는 일도 곤욕이었다. 땀에 범벅이 돼 본드가 녹아내려 가발이 벗겨지고 그랬으니까. 긴 머리카락 때문에 촬영 들어가기 전 스타일링 하는 시간도 많이 걸렸다. 유정이 메이크업 시간보다 더 걸렸던 것 같다. 마치 여배우가 된 기분이었다라고 할까. 한 번은 감독님이 ‘머리 자르고 찍자’는 농담까지 한 적이 있다.”

-기존 작품에선 청소년 연기만 주로 해 다른 사람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드라마 촬영 전 작가님과 감독님이 표정을 많이 쓰지 않고 연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처음엔 어려웠다. ‘표정이 감정을 드러내는 일인데, 표정을 숨기고 어떻게 연기하지’란 생각이었으니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말 톤도 낮추고.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께선 극중 캐릭터가 남성적인데다 과묵해 ‘훌쩍 컸네’라고 보시는 것 같다. 지인들도 드라마 속 내 모습이 낯설었던 것 같다. 드라마 ‘모던 파머’(2014)에서 같이 출연했던 (이)시언 형이 방송 보고 휴대폰 문자로 ‘언제 이렇게 컸냐’고 하더라. 그런데 드라마 속 병연과 난 많이 다르다. 실제로 난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 얘기 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 눈치 없는 건 나랑 비슷하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세 주인공인 곽동연(왼쪽부터)과 김유정 그리고 박보검. KBS 제공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세 주인공인 곽동연(왼쪽부터)과 김유정 그리고 박보검. KBS 제공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때문인지 건실한 이미지가 강하다. 직접 교복 다려 입고 학교 가고, 집 담벼락에 토사물이 묻어 있으면 그것까지 닦았지 않나. 혹 ‘이것만은 지키고 살자’ 식의 다짐 같은 게 있나.

“특별한 건 없다. 바른 이미지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고. 아직도 집을 그렇게 깨끗하게 치우며 사느냐고 물으시는데, 요즘은 솔직히 엉망이다. 지방 촬영이 잦아 집을 못 치웠다.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서 빨래 돌려야 한다. 집에서 신문을 보는 데, 비에 젖어 현관 앞에 널브러진 것도 치워야 하고. 지하실 단칸방은 탈출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겨울엔 추워 내년 봄엔 이사를 갈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보검이 형이랑 드라마 찍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며 하나 배운 건 있다. 일이 닥쳤을 때 뭐가 더 지혜로운 선택일까를 고민하는 일이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구르미 그린 달빛’ 모니터를 할거다. 작품에 출현하면 꼭 모니터링 일지를 쓴다. 드라마 보면서 부족했던 부분 메모하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이 고민을 연기 선생님과 같이 공유하며 연기를 해보기도 하며 몸에 익힐 생각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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