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추진안과 비슷
정보등급은 2ㆍ3급 한정
유효기간은 일단 1년
2012년 6월 밀실추진 논란으로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은 일본측의 요구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당국자는 “새로 체결하는 GSOMIA가 2012년의 문구에서 바뀔 게 거의 없다”고 밝혀 2012년 안이 준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987년 이후 미국, 러시아, 뉴질랜드, 헝가리 등 19개국과 협정으로 체결한 GSOMIA와 전수 비교한 결과, ‘2012년 한일 GSOMIA’ 안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보안검사를 위한 사전 동의절차가 느슨해 일본측의 재량권이 발휘될 여지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한일 GSOMIA 문안은 총 21개 조항으로 정보교환과 비밀보호의 범위와 방식,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우선 정보의 범위에 말로 주고받는 ‘구두’ 정보가 포함돼 있다. 다른 국가와 맺은 GSOMIA의 경우 ‘비밀로 지정된 모든 형태’라고 규정해, 특정한 저장장치에 담긴 정보로 한정한 것과 차이가 난다.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다케히 도모히사(武居智久) 해상자위대 막료장(우리의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한일 양국 함정이 바다에서 만나도 인사만 나누는 실정”이라며 GSOMIA 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이 전화통화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일간에 교환 가능한 정보의 비밀등급은 2ㆍ3급으로 한정했다. 한미ㆍ한러 GSOMIA가 1ㆍ2ㆍ3급, 뉴질랜드ㆍ헝가리와 맺은 GSOMIA가 2ㆍ3급과 대외비까지 교환대상으로 규정한 것에 비해서는 폭이 좁다. 독도와 한일과거사 문제에다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1급 기밀까지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환한 기밀정보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보안대표가 확인 차 상대국을 방문하는 경우, 한일 GSOMIA는 기한을 두지 않고 ‘상호 합의된 장소에서 방문하도록 허용된다’고 명시했다. 다른 GSOMIA의 경우 20~30일 이전에 서면으로 통지해 허가를 얻어야 방문 가능한 것과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일본측 관계자는 최근 “한국이 우리가 준 군사정보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일 GSOMIA는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하다. 전수 분석한 19개국 가운데 기간이 가장 짧다. 정부가 러시아와는 5년, 헝가리와는 무기한 효력을 갖는 GSOMIA를 체결한 것과 확연히 다르다. 한일 양국이 일단 GSOMIA를 체결하지만, 상대방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모든 GSOMIA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 갱신되는 방식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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