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0.28
미국 연방의회가 ‘볼스테드 법(Volstead Act)’이라 불리는 금주법을 1919년 10월 28일 가결했다. 금주법을 뒷받침하는 헌법 수정안, 즉 주류의 제조 판매 운송 및 수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18조를 비준한 것은 이듬해 1월이었다. 의회가 다시 제18조의 폐지를 규정한 수정헌법 21조를 비준한 1933년 12월까지의 10여 년을 미국 역사는 ‘금주법 시대’라 부른다.
금주법 제정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세력은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적 물질주의의 병폐를 청교도적 도덕주의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거기에 여성 단체들이 힘을 보탰다. 강력한 보수 시민단체 반살롱동맹(Anti Saloon League), 기독교 여성단체인 여성기독교금주연맹 등이 제정 로비를 주도한 대표적 단체였다. 미국의 1차 대전 참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즉 전시 곡물 수요를 충당해야 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양조 및 주류 유통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적국 독일계 이민사회를 견제하고자 했다는 설도 있다.
법안 가결 당시 하원 사법위원장이던 앤드류 볼스테드(Andrew Vlostead, 1860~1947)의 이름을 따서 볼스테드 법이라 불리지만, 실제 법안의 초안을 작성한 이는 반살롱동맹을 이끌던 웨인 휠러(Wayne Wheeler)였다. 볼스테드는 법안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금주법 시대는 큰 그늘을 낳았다. 술 제조ㆍ유통ㆍ판매 규제는 마피아 등 범죄집단에게 주류 밀매ㆍ밀무역을 독점하면서 급성장하는 터전을 제공했고, 경찰과 공무원 비리의 온상이 됐다. 이권을 둘러싼 범죄가 횡행했고, 공업용 메틸 알코올로 실명하거나 숨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세수가 급감해 대공황의 터널을 벗어나는 데 큰 장애가 되기도 했다.
시민들의 저항과 철폐 요구가 거셌지만, 헌법을 수정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금주법 폐지에 반대한 세력 중에는, 당연히 마피아도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라가 법령으로 술의 제조ㆍ유통을 금지한 예는 많지만, 미국의 예가 별도의 ‘시대’로 분류되는 것은 자본과 범죄의 결탁에서 비롯된 막강한 파급력 때문일 것이다. 미네소타 주 출신의 법률가 볼스테드는 1903~22년 하원의원을 지낸 뒤 22년 선거에서 낙선, 연방주류단속국 법률자문가로 일하다 33년 은퇴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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