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안 승인
같은날 사상 최대 투자계획 발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인 연간 27조원의 시설투자 계획으로 ‘이재용 시대’를 열었다. 이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사업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98%나 폭락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더 과감한 투자와 공격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48기 임시 주총을 열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삼성 그룹의 전면에 나서 책임 경영을 펴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 왔다. 이제 등기이사까지 된 만큼 주총 소집, 대표이사 선임, 자산 처분과 양도, 투자계획 집행, 법인 이전 설치 등 경영상 중대 사항을 결정하고 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도 져야 한다.
공식적으로 이재용 시대가 시작된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 투자가 역대 최대인 27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3분기까지 시설 투자액이 14조7,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만 무려 12조3,000억원을 쏟아 붓겠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분기에는 내년에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올레드 디스플레이 설비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는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주총에선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분할해 미국 HP(휴렛팩커드)에 매각하는 안건도 의결됐다.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의 자산 가치와 매각 대금의 활용방안을 명확하게 밝히라”는 일부 목소리도 있었지만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모바일 부문 영업익 98% ‘뚝’
“갤노트7 대응 잘못” 주주들 반발
그러나 갤럭시노트7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은 거셌다. 주주로 참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과 대응 과정 등을 물으면서 “책임 있는 답변을 내지 않으면 주주대표 소송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주총 현장에선 “몇 십 년간 쌓아온 이미지가 하루 아침에 실추됐는데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폭발에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에 판매 중단사태까지 온 것이다” 등 주주들의 질책과 불만이 쏟아졌다.
신종균 정보기술ㆍ모바일(IM)부문장(사장)은 이와 관련 “조사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끝까지 원인을 규명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신 사장은 “배터리 외에도 외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배터리 관련 휴대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제조공정, 물류 등 모든 부분에 대해서 면밀하게 점검 중”이라며 “미국 UL 등 권위 있는 제3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도 “원인 분석이 끝나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량 회수ㆍ교체(리콜)를 포함해 지금까지 전 세계에 판매된 갤럭시노트7 306만대 중 배터리 내부 소손(燒損ㆍ불에 타 부서짐)이 확인된 것은 140대다. 100만대 중 46대 꼴로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0%대에 불과한 갤럭시노트7 교환ㆍ환불 비율을 높이고 발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갤럭시노트7 배터리 충전량을 60%까지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29일 오전 2시(한국시간)부터 시작한다.
이날 주총에 앞서 발표된 삼성전자 3분기 확정 실적도 갤럭시노트7 사태가 큰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폰이 주력인 IM부문은 전 분기 4조3,200억원에 달했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으로, 98%나 뚝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2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매출은 22조5,400억원으로 전 분기, 전년 동기대비 15%씩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전체의 3분기 영업이익도 5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매출은 47조8,200억원으로 7.5% 감소했다. 다만 반도체ㆍ디스플레이(DS) 부문이 영업이익 4조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가전부문도 7,700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뒤를 받쳤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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