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20년이 흘렀는데도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이름은 천재와 비운의 작곡가, 민족주의자와 친북이라는 상반된 수식어로 얼룩져있다. 경상남도 통영 출신의 그는 14세 때 독학으로 작곡 시작, 1956년 늦깎이 유럽 유학 후 3년 만에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서 데뷔한 천재였다. 1967년 동베를린 사건으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지 2년 만에 다시 독일로 돌아가 명성을 떨쳤지만 한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그곳에서 눈을 감았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이 내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 공연을 연다. 이달 28일 현대음악 단체 앙상블 앵테르 콩탱포랭의 윤이상 연주(통영국제음악당)를 시작으로 11월 6일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콘서트(대구콘서트하우스), 내년 1월 16일 크리스토프 포펜 바이올린 리사이틀(서울 일신홀) 등 전국 각지에서 윤이상의 대표곡이 울려 퍼진다.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27일 역삼동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적 사건으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지만 좌우를 떠나 음악적 성취를 기릴 것”이라고 밝혔다. 앵테르 콩탱포랭의 음악감독 마티아스 핀처는 “윤이상의 곡은 응축된 에너지를 요구한다”며 “농도가 짙은 현대 음악”이라고 평했다.
내년 3월 31일부터 4월 9일까지 열리는 2017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19개 공연 중 13개 공연에서 윤이상의 곡을 연주한다. 하이라이트는 4월 6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으로 독일어로는 국내 초연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문화행사로 작곡된 이 곡은 윤이상을 세계적 작곡가의 반열에 올린 대표작. 내년 연주에서는 지휘자 구자범이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이끈다. 세계 최정상의 현대음악 현악사중주단 아르디티 콰르텟의 윤이상 현악사중주 3ㆍ4번 연주(4월 8, 9일), 클라리네트스트 첸 할레비와 서울시향의 윤이상 클라리넷 협주곡 연주(4월 9일)도 기대되는 공연이다.
9월 17일 윤이상 탄생일을 기념해 유럽 투어 공연도 예정돼 있다. 지휘자 하인츠 홀리거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통영 연주회를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에서 10월 2일까지 윤이상의 ‘하모니아’, 바이올린 협주곡(클라라 주미강 협연)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내년 10월 2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소프라노 조수미, 기타리스트 슈페이양의 협연에서 윤이상의 가곡을 선보인다. 11월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로 구성된 앙상블이 윤이상의 음악으로 통영을 찾는다. 윤이상의 클라리넷과 현을 위한 오중주, 베이스 클라리넷과 현악오중주를 위한 디스탄첸 등을 연주한다. (055-650-0426)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