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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으로 573억 꿀꺽한 가족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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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으로 573억 꿀꺽한 가족 사기단

입력
2016.10.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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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모(51)씨는 2000년부터 전화로 영어교재와 별정통신 통화권을 판매했다. 넉넉하진 않아도 꾸준히 수익을 내던 사업은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갈수록 실적이 악화했다. 최씨는 생활고가 계속되자 2008년 그간 영업을 하면서 확보한 회원정보를 불법으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최씨는 우선 회원들에게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꼬드겨 주소와 카드사 등 기본정보를 알아냈다. 며칠 뒤 다시 연락해 통신요금지원센터나 멤버십센터 등을 사칭하면서 “70만원만 내면 여행 및 꽃배달 서비스를 할인 받을 수 있고 휴대폰 4대의 통화요금을 3년간 50% 할인해주겠다”고 속여 카드결제를 유도했다. 그는 6개월이나 1년 후 다시 전화를 걸어 “통신요금 할인 멤버십 회원에 가입한 뒤 미납 요금이 있는데 며칠 내로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강제집행하고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거짓말로 겁을 줘 또 다시 돈을 가로챘다.

이런 식으로 최씨가 올해 3월까지 8년여간 피해자 3만여명에게서 가로챈 돈은 무려 573억원. 피해자 중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미납금을 내라”는 협박에 160만원을 지불하거나 16차례에 걸쳐 1,700만원을 뜯긴 사람도 있었다.

최씨는 범행 규모가 커지자 가족까지 끌어 들였다. 원래 부인과 사무실을 빌려 20대 초반 남성들을 단기 텔레마케터로 고용했지만 2012년부터 본사와 20개 지사 형태로 콜센터를 분리하고 센터 주요 보직에 처남과 처제, 사돈 등을 앉혀 ‘가족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들은 해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고객에게는 환불을 해줬으나 대다수 피해자에게는 “해지는 불가능하다. 미납금을 납부하면 나중에 상품권으로 환급해 주겠다”고 구슬려 지속적으로 돈을 받아냈다.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몇 달에 걸친 추적 끝에 말단 텔레마케터부터 총책까지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최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직원 3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사 결과 최씨 일당은 단속에 대비해 여행업체나 꽃배달 업체와 형식적으로 제휴 계약을 맺었고 홈페이지도 만들어 합법 회사로 위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믿을 수 있는 가족을 동원하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해 꼬리를 잡기 쉽지 않았다”며 “피해액이 큰 만큼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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