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1,000만명당 한 개의 사투리가 있는 반면 영국에는 130만 명 당 한 개의 사투리가 있다고 한다. 영국의 인구 6,500만 명을 감안한다면 영국에는 방언이 50개나 되는 것인데, 언어학자들은 그수십 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영국보다 면적이 40배나 큰 미국의 사투리는 겨우 30 개에 불과하다. 실제로 미국 여행을 해보면 남부와 동북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 어딜 가나 사투리 억양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영국에 유난히 사투리가 많은 것은 다양한 형태의 언어 현상으로 이어진다.
사투리가 유난히 많기 때문에 표준억양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각 사투리에 대한 호감도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사투리에 대한 호감도 조사는 수 없이 실행되지만 순위는 매번 다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가장 호감을 보이는 억양은 Southern Irish(42%), RP(31%), Welsh(20%), Yorshire(15%), West, Country(13%), Gerodie-NewCastle(10%), Northern Irish(5%), Glaswegian(-29%), Cockney-London(-30%), Manchester(-31%), Liverpool(-33%), Birmingham(-53%) 순이다. 지역적 특색을 보면 동부보다는 서부 발음이 호감도가 좋고 남부보다는 북부가 자존심이 더 강하다. 영국의 중앙에 해당되는 Liverpool이나 Manchester 지역의 억양도 매우 나쁘다고 나온다.
남부 Ireland 사람들은 이민을 많이 가서 세계 도처에 이들이 많아 그 accent는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 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억양은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호감도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한다. 영국의 표준으로 알려진 RP나 BBC 억양보다도 더 인기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호감과는 별개로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타지역 억양에 대한 배척이 유난히 심하다. 억양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도 여전하다. 가령 cockney accent은 런던 노동자 계급의 억양이기 때문에 무시당했다. 하지만 다른 도시나 시골 사람들은 cockney 억양은 수도 London의 억양으로 멋있다고 보았다. 수 백 년 지속된 자국 언어의 이러한 정서는 지금도 진행 중이고 수도의 억양을 놓고 서민층이냐 상류층이냐를 따지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Imitation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모방이 최고의 찬사)라고 한다. 외국인 학습자 입장에서 원어민의 발음을 흉내 내는 것은 충분히 시도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원어민들은 이를 반대한다. 만13세 이후에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평생 발음을 연습해도 외국인 억양을 벗어날 수 없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를 참고한다면 발음에만 전력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도 아니다. 오히려 ‘내 말은 사투리 억양이 있지만 거북하지 않으며 누가 들어도 무난한 발음이다’는 학습 목표가 보다 현실적이다. 이러한 추세는 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왕실에서 식민지 영어 교육을 위해 RP발음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영국인 중에서 이 발음을 사용하는 비중은 기껏해야 2, 3%에 불과했다. 영국인 중에서도 RP 얘기만 들어도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림이 많다.
최근 London의 서민층 발음 Estuary Accent가 주목을 받고 급속히 RP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이는 이론상 좋은 발음보다는 가장 대중적인 발음이 표준 발음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영국영어든 미국영어든 가장 대중적인 발음을 기본으로 하고 누가 들어도 듣기 쉽고 말하기 쉬운 발음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것이 곧 ‘Proper Accent’이고 ‘Authentic Accent’(영어다운 발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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