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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경제 위기 넘을 큰 그림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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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경제 위기 넘을 큰 그림 그리자”

입력
2016.10.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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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영향 등 중장기 대응방안 연구 주문… 장기과제 연구에 산업현장 방문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주요 간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했다. 애초 예정에 없었던 이날 회의는 특별히 상정된 안건도 없었다. 참석자들은 가계부채부터 고령화까지 대내외 경제여건에 대한 대응방안이나 해법을 놓고 자유롭게 얘기하는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회의였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에서 집행간부들이 예정에 없던 이런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총재의 의지에 따라 소집된 것이며 그만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과 나아갈 길에 대한 총재의 고민이 깊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후반기를 맞은 이주열 한은총재의 행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국내외 여건 속에서 단기적 통화정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과 해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 총재의 이런 변화는 저출산 고령화, 산적한 가계부채, 수출 부진과 성장동력 부재, 저성장 장기화 등 ‘대한민국 경제’의 난제가 산적한 데다, 이런 난제들이 일시적 기준금리 조정 또는 추가경정예산 등의 단기대응책으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해외에서도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금리 인상, 유럽 및 일본의 장기불황, 국제유가 불안 등 리스크 요인이 하나 둘이 아니다. 국내 최대의 박사급 연구인력을 보유한 한국은행이 이런 거대 담론을 꺼내 그 영향과 전망 등을 집중 분석하고 중앙은행으로서 대응방안이나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 고령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에 대한 중장기 연구에 착수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 최대 과제”라며 “현재 한은 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그 결과를 내년 1∼2분기 중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박사급 연구인력의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은 경제전망과 정책분석 모형 개발, 화폐 및 지급결제제도, 중국 및 일본 경제, 재정 및 공공정책, 부동산, 노동시장 및 고용 등의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가를 채용키로 하고 현재 지원서를 접수 중이다.

연구뿐이 아니다. 이 총재는 지난 24∼25일 울산과 포항을 방문해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이례적으로 국내 주력산업의 기반인 울산의 조선·자동차·석유화학단지와 포항의 철강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업계의 현황과 전망 등을 들었다.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생생한 현장을 직접 보고 느껴야 경제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이 총재는 26일 개최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정부가 산업별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경제논리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울산과 포항에 가서 느낀 소회”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외부에서도 한은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쇄도했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한은 국정감사에서 경제 전반에 대해 분석하는 한은의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 같은 큰 그림에 대해 중앙은행으로서 목소리를 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외부의 이런 지적과 요구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내부 직원들에게도 이런 점들을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앞으로도 대내외 여건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그 바뀌는 것이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국민과 공유하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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