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울릉 운항 여객선사 모집
“신규 취항 후 1년 내 선정 안 된다”던 입장 번복
기존 선사 “지금도 승객 다 못 채워” 반발
해양청장 “울릉주민 교통권 확보 차원” 해명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고시를 무리하게 해석해 경북 포항-울릉간 여객선 운항 사업자를 석 달 만에 공모키로 해 논란이다. 포항해양청은 “1년이 지나야 새 사업자를 공모할 수 있다”는 고시를 이유로 특정 선사의 신청서를 반려하다 갑자기 공모방침을 밝혀 배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9일 포항해양청은 포항-울릉 항로에 내항 정기여객운송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 지난 7월 새 사업자를 선정한 지 3개월만이다. 게다가 기존의 여객선보다 더 일찍 출발할 수 있도록 해 특혜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기존에 이 구간을 운항 중인 ㈜대저해운과 ㈜대저건설이 발끈하고 나섰다. ‘1년 후 새 사업자 선정 가능’이라는 고시를 어긴데다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도 빈자리가 많아 한 척이 더 운항하면 경영난이 심화한다는 논리다.
해양수산부 고시에는 사업자를 선정한 항로에는 운항개시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할 수 있다. 포항해양청도 이 같은 이유로 지난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태성해운이 포항-울릉 구간에 취항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반려해 왔다.
포항해양청은 또 이 구간 운행 중인 여객선의 수송률이 저조한데도 추가 사업자를 모집, 뒷말을 낳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이 집계한 포항-울릉 여객노선의 평균승선율을 살펴보면 9월부터 10월20일까지 정원 920명의 썬플라워호는 60.5%, 정원 442명의 썬라이즈호는 22.5%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번 공모에서 포항 출발 시각도 구설수에 올랐다. 여객선은 경쟁선박보다 일찍 출발할수록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데, 기존 선사보다 더 일찍 출발을 허용한 때문이다. 지난 7월 사업자 모집 때는 기존 여객선사의 출발 시간보다 먼저 출발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올 초 면허가 취소된 태성해운도 과거 대저해운보다 늦게 출항, 출발 시간을 놓고 대저해운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저해운 관계자는 “포항수산청이 올 초 면허가 취소된 태성해운이 재취항 할 수 있도록 사업자 모집을 실시하고 태성해운의 선정을 전제로 기존 여객선보다 앞 시간대 출발할 수 있는 특혜까지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포항수산청의 모집 공고가 무효라는 가처분신청과 함께 본안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저건설은 대저해운의 계열사로, 같은 입장이다.
이에 윤석홍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는 “해수부 장관 고시에는 신규 취항 후 1년이 지나야 사업자를 모집할 수 있지만 1년이 경과하기 전이라도 지방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다”며 “울릉 주민의 교통권 확보를 위해 사업자 추가 모집을 결정한 것으로, 연중 4개월은 울릉에서 오전시간에 출발하도록 조건을 달았다”고 해명했다. 또 “태성해운이 면허가 취소된 것은 과거 면허를 내 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어 오랜 고민 끝에 결심했다”며 “3척이 운항하면 선사 경영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승객이나 주민입장에서는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육지와 울릉도에는 강원 강릉-울릉, 강원 묵호-울릉, 경북 후포-울릉, 경북 포항-울릉 여객 노선에 5개 회사 소속 6척의 선박이 운항 중이다. 이중 포항-울릉 구간은 ㈜대저해운(이하 대저)의 썬플라워호(2,394톤ㆍ정원 920명)와 대저해운의 계열사인 ㈜대저건설의 썬라이즈호(388톤ㆍ정원 442명)가 다니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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