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쓸모없는 건물은 철거할 수 밖에 없다” “원형을 보존해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재생 사업이다”
충북 청주시가 옛 청주 연초제조창 일대를 도시재생 사업으로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연초제조창의 일부 건물을 철거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26일 회의를 열어 청주시가 옛 연초제조창 일대 개발을 위해 제출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 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옛 청주 연초제조창 건물 중 후생동(2,600㎡)과 식당동(3,000㎡)은 헐리게 된다. 안건 심의 과정에서 육미선 의원이 “도시재생 사업의 기본 원칙은 강제 철거가 아닌 폐공간의 문화 재생이 돼야 한다”고 건물 철거에 반대했지만 소수의견으로 묻혀버렸다.
시 관계자는 “다음달 중 후생동과 식당동 철거와 함께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이들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상시 공연이 가능한 중앙광장과 게이트가 조성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문화단체 들은 건물 철거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문화적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을 헐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충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초제조창 건물 철거를 전제로 한 사업은 문화 재생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시가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을 주장해 온 문화계, 시민단체,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사업 계획을 세웠다”며 “옛 연초제조창의 역사성과 문화를 지우는 사업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충북지회는 25일 보도자료를 내 “옛 연초제조창은 단순한 담배공장 건물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 산업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역사적 공간이자 예술인들이 상상력을 펼칠 창작의 산실”이라며 보존을 요구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보존 가치나 활용방안이 미흡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건축된 지 60년이 넘은 후생동은 벽돌 건물이어서 리모델링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1962년에 건축된 식당동은 정밀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보수가 시급하지만 비용이 65억원이나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원형을 보존하자고 보수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 될 수 있다고 청주시는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문제의 두 건물은 안전성 문제 등으로 활용ㆍ보존 가치가 없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될 당시 철거하기로 하고 승인을 받았던 것”이라며 “본공장 등 연초제조창의 주요 건물은 거의 그대로 보존돼 활용되는 만큼 문화계의 걱정의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946년 건립된 청주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 공장으로서 한 때 근대산업의 요람으로 통했으나 산업의 변화에 밀려 2004년 폐쇄됐다. 청주시는 2010년 이 건물을 사들여 이듬해부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장으로 쓰는 등 활용 방안을 모색해왔다. 시는 연초제조창 일대를 정부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받아 올해부터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이곳에 비즈니스센터, 호텔, 복합 문화 레저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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