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들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외신들은 최씨를 “정체불명의 여성”으로 표현하는 등 ‘황당한’ 사건에 당혹한 어조다.
AP통신은 25일 “남한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정체불명의 여성(mysterious woman)과의 긴밀한 관계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고 전한 뒤 최씨와 부친 최태민 목사의 이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최씨의 남편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재임 당시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산케이신문이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과 정씨가 함게 있었다고 보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해외 언론 가운데는 박 대통령을 더욱 비판적으로 다룬 곳도 있었다. 미국 블룸버그TV는 “박 대통령이 사과 연설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고 최씨가 얼마나 자신을 오래 도왔는지도 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USA투데이는 “최씨가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돈을 빼돌려 재단을 세웠다는 의혹이 있다”고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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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박 대통령이 측근 스캔들로 인해 쫓겨날(derail) 위기에 처했다”는 제목 아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한국 대중의 여론까지 보도했다. FT는 “이 사건은 정실 자본주의의 전형으로, 박 대통령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레임덕에 봉착할 것”이라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이 사건을 전날 박 대통령의 개헌과 연관 지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스캔들’로 수세에 몰린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개헌을 제안했다가 야권의 반발을 자초했고, 불과 하루만에 문건 유출로 개헌 논의조차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를 전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부패 스캔들을 타개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야권의 반발만 불렀다고 전한 바 있다.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아사히(朝日)ㆍ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 등 일간지, 중국 신화통신도 박 대통령이 스캔들로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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