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폴 비티(54)가 미국 인종 문제를 풍자한 소설 ‘셀아웃’(The Sellout)으로 올해의 맨부커상을 받았다. 영국 문학상인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과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맨부커상 심사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소설 ‘셀아웃’을 맨부커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89쪽 분량의 소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외 마을을 가상의 공감으로 삼아 이곳에서 인종갈등을 경험하는 아프리카계 흑인 ‘봉봉’의 이야기를 그렸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노예제와 인종분리정책의 복구가 시도된다는 설정을 통해 인종에 대해 편견을 가진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맨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이날 “아프리카계 흑인인 작가가 고향인 로스앤젤레스의 풍경을 충격적이고도 예상을 벗어날 만큼 위트있게 그려냈다”며 “도시와 주민들의 모습을 애정과 역설을 담아 그리면서 인종 간 관계와 해결책 등에 대한 뻔한 시선을 피해 미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담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어맨다 포먼 심사위원장은 “조너선 스위프트나 마크 트웨인 이래 보지 못한 극도의 맹렬한 위트로 현대 미국사회의 중심을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비티는 이날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찰스 영국 왕세자의 부인 커밀라 콘월 공작부인으로부터 상을 받고서 “이 소설은 쓰기도 어려웠지만 이해하기에도 어려운 책임을 잘 알고 있다”며 “나 자신을 넘어 다른 이들을 위한 (소설적)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것은 내게 정말 오랜 여정이었다”며 “글쓰기는 내게 삶을 줬다”고 감격해 했다.
미국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영국과 아일랜드 등 영연방 작가들에게만 시상하다 2014년부터 작가의 국적과 관계없이 영국에서 출간된 영어로 쓰인 작품에 수여해왔다. 지난해에는 자메이카 출신인 말런 제임스의 ‘일곱 가지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가 영예를 안았고, 한국 작가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것은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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