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 합쳐 176년의 기다림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2016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클리블랜드가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클리블랜드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를 6-0으로 완파했다. 최근 13차례 월드시리즈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12번이나 우승반지를 꼈다. 1997년 이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던 클리블랜드는 1997년 10월25일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4-1 승리 이후 6,942일 만에 거둔 월드시리즈 승리다.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은 보스턴 사령탑 시절부터 월드시리즈에서만 9연승을 달렸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1,2위 팀의 맞대결이다. 클리블랜드는 1948년 이후 68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와후 추장의 저주’로, 컵스는 그보다 긴 1908년 이후 108년이나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염소의 저주’에 걸려 있어 둘 중 한 팀의 저주는 풀린다.
1차전에서는 클리블랜드가 에이스 투수 코리 클루버와 포수 로베르토 페레스의 대포 두 방을 앞세워 저주의 빗장을 풀 기미를 보였다. 클루버는 선발 6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곁들이며 컵스 타선을 볼넷 허용 없이 4피안타로 꽁꽁 묶었다. 클루버는 이날 자신의 첫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3회까지 삼진 8개를 잡았는데, 이는 월드시리즈 사상 최초 기록이다. 월드시리즈에서 8개의 삼진을 잡은 클리블랜드 투수도 클루버가 처음이다. 반면 컵스가 믿었던 선발투수 존 레스터도 삼진 7개를 잡았지만, 5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3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개인 통산 월드시리즈에서 3전 3승 끝에 첫 패배였다.
1회말부터 클리블랜드 타선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2사 후 중전 안타로 출루한 프란스시코 린도어는 2루를 훔쳤고, 흔들린 레스터는 마이크 나폴리와 카를로스 산타나에게 연속 볼넷을 던지면서 2사 만루에 몰렸다. 클리블랜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음타자 호세 라미네스가 3루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냈고, 계속된 만루에서는 브랜던 가이어가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타점을 올렸다. 2-0으로 앞선 4회말에는 9번타자 포수 페레스가 깜짝 홈런을 터트렸다. 올해 정규시즌 홈런이 3개뿐이었던 페레스는 이날 레스터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점수를 3-0으로 벌렸다. 페레스는 8회말 2사 1ㆍ2루에서도 컵스의 헥터 론든을 상대로 좌월 3점포를 쏘아 올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아 1차전의 히어로가 됐다. 페레스는 이날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2득점을 올렸다.
컵스 타선은 이날 삼진 15개를 당하며 침묵한 가운데 7회 무사 만루, 8회 1사 1ㆍ3루의 찬스를 모두 놓친 게 패인으로 작용했다. 클리블랜드의 위기를 막은 건 ‘가을 영웅’ 앤드루 밀러였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그는 7회초 클루버가 선두타자 벤 조브리스트에게 안타를 얻어맞자 구원 등판했다. 밀러는 볼넷과 안타를 내 줘 만루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들을 외야플라이, 삼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8회초에도 밀러는 카일 슈와버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컵스의 반격을 봉쇄했다.
클리블랜드와 컵스는 27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이며 선발투수로 각각 트레버 바우어, 제이크 아리에타를 예고했다.
한편의 1차전에 앞서 미국 현지 언론들은 컵스의 손을 들어줬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전문가 32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명이 컵스의 우승을 점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 조사에서도 전문가 14명 중 11명이 컵스의 우승을 점쳤다. CBS스포츠 역시 전문가 6명 중 5명이 컵스 우승에 몰표를 던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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