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0월 26일
2010 남아공 월드컵 독일 조별 리그전서부터 결승전까지 8경기 승패를 100% ‘예측’해서 유명해진 문어 ‘파울(Paul)’이 2010년 10월 26일 자연사했다. 독일 오베르하우젠 수족관 파울을 화장, 그 재를 섞어 만든 비석 모양의 조형물을 수족관 뜰에 세웠다. 조형물에는 “8번 월드컵 경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8만842마리의 새끼를 남겼다”는 파울의 2년여의 이력과 “Loved By All( Except the Dutch)”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네덜란드는 ‘파울’의 예측대로 2010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에 0대1로 패했다.
잉글랜드산 왜문어 파울이 축구 경기 예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유로 2008 조별리그 독일경기부터였다. 파울은 4강전까지 5개 경기 중 4번의 승패를 맞췄지만 독일-스페인 결승 예측에는 실패했다. 예측 방식은 대전국 국기가 그려진 두 수족관 안에 문어의 먹이인 홍합을 넣어두고 파울이 어느 쪽 홍합을 선택하는지 가리는 식이었다.
파울의 높은 예측 적중률(두 대회 통산 85.7%)은 물론 우연일 테지만, 문어의 습성과 시력이 특정 국기에 감응했다는 설부터 수족관 측이 훈련시킨 결과라는 설까지 분분했다. 어쨌건 파울은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어 러시아의 한 도박회사가 거액에 스카우트를 제의하기도 했다.
문어의 시력과 지능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돼왔다. 문어는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지능 생물로 포유동물보다 2억3,000년이나 이른 4억 년 전부터 진화를 시작했고, 인간보다 약 1만 개 많은 유전자를 지녔다고 한다. 60%의 뉴런이 다리에 분포해 피부로도 사물을 볼 수 있다. 미로를 찾고, 간단한 퍼즐을 풀고, 아이들이 열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병 뚜껑을 돌려 열기도 한다. 지난 4월 뉴질랜드 네이피어 국립수족관에 있던 문어 ‘잉키 Inky’는 열린 뚜껑을 통해 수조를 나와 약 3m 플로어를 지나 50m의 배수관을 통해 북섬 동부해안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두족류 전문가인 영국 동물학자 마틴 웰스(H.G 웰스의 손자)는 최근 가디언 인터뷰에서 “문어(Ozymandias라는 특정 문어지만)와 눈을 맞추고 있으면 인간의 지능활동과 유사한 기운- 예컨대 scrutiny(정밀한 탐구)-을 감지하게 되는데, 그건 개나 그 어떤 가축에게서도 본 적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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