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리스 뒤 불법임대
과시욕 이용해 12억 챙겨
사업용으로 등록되지 않은 슈퍼카를 이용해 임대 사업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고가의 슈퍼카를 불법 대여해 12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로 정모(21)씨 등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SNS 등을 통해 “개인번호판이 부착된 슈퍼카를 대여한다”고 광고한 뒤 연락한 사람들에게 하루에 람보르기니 180만원, 페라리ㆍ재규어 130만원, 아우디 75만원 등을 받고 빌려줬다.
정씨 등은 슈퍼카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과시를 위해 렌트카 표시인 ‘허’자나 ‘호’자가 없는 번호판을 선호한다는 심리를 이용했다. 하루 임대료가 100만원 이상이지만 찾는 이가 꾸준히 늘자 정씨는 지난 7월 경기도의 호화주택을 빌려 사무실을 차리고 동네 친구들을 직원으로 뽑는 등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들이 보유한 슈퍼카는 16대에 달했다. 하지만 해당 차량 역시 정씨 일당 소유가 아닌 정씨 부모 명의의 장기 리스로 확보한 물량이었다.
이들의 범행은 SNS를 통해 퍼지던 광고 글을 본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임대료로 한 달에 최소 1억원을 벌었으며 이 가운데 매달 약 7,000만원은 장기 리스 비용을 갚는데 쓰고 나머지는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 차를 좋아해 관심을 갖다 이 같은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확보한 장부를 토대로 고객이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불법임을 알고도 슈퍼카를 일주일 이상 임차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는 상태”며 “사업용으로 등록되지 않은 렌트차량의 경우 사고 발생시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서울 강남 일대에서도 고가 수입차를 불법 대여해주는 업체가 20여 곳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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