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산, 오픈 카지노 논쟁 본격화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산, 오픈 카지노 논쟁 본격화하나

입력
2016.10.25 18:24
0 0

샌즈그룹 “부산이 최적지” →市 “규제프리존 검토해달라”

학계 등 “이제 수면 위에 꺼내놓고 시민의 의견 모아가야”

시민단체 “市 주도하고, 민ㆍ관이 참여하는 TF를 만들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전경.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전경.

지난 2010년 ‘규제의 나라’ 싱가포르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가 처음 문을 열었다. 세계 최대 복합리조트 운영업체인 라스베이거스 샌즈(LVS) 그룹이 6조원을 투자한 복합 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MBS)가 문을 열면서 부속 시설인 카지노가 함께 개장한 것이다. ‘금욕국가’로 불리던 싱가포르의 오픈 카지노 개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막판 총대를 멘 총리조차도 당초 반대론자였다. 하지만 주력인 관광산업의 침체 등 위기 속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2016년 현재 MBS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됐다. 마이스 산업은 MBS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제협회연합(UIA)이 집계한 싱가포르의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2009년 689건에서 지난해 736건으로 증가했으며, 벨기에 브뤼셀(665건)과 서울(494건)을 제치고 세계 1위 국제회의 개최 도시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9년 980만명에서 지난해 1,520만명으로 55%가량 늘어났다. MBS는 직ㆍ간접으로 4만6,000여개의 일자리까지 창출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는 부산시가 이런 복합리조트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성공사례를 만든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이 부산 투자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CEO이자 샌즈그룹 글로벌사업 개발부문 사장인 조지 타나시예비치는 지난달 한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은 우리가 한국에 건설하려는 마이스 복합리조트 건설의 최적지로, 최대 12조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샌즈 측은 당초 서울과 부산, 새만금(전북) 3곳을 투자 대상으로 저울질하다 최근 부산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샌즈 관계자는 “부산은 우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 비즈니스 방문객과 관광객 모두를 겨냥한 ‘마이스 복합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인데, 대도시에다 국제공항 등 관광 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어 투자가치가 있다고 본다. 부산의 경우 기존 인프라를 보완하면서 레저와 비즈니스 모두를 위한 마이스ㆍ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지노다. 샌즈그룹이 오픈 카지노 허용을 전제로 부산 북항재개발지역에 복합리조트 개발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즈 측은 오픈 카지노의 부작용인 도박중독 등의 문제는 싱가포르와 같은 엄격한 규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8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규제프리존특별법’ 관련 시ㆍ도지사 간담회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북항재개발지역에 오픈 카지노를 허용해 줄 것을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요구하며 샌즈그룹의 복합리조트 투자유치를 공론화, 오픈 카지노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어 이달 8일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관광컨벤션포럼 세미나에서도 복합리조트 투자유치 논란의 핵심인 오픈 카지노 문제와 관련, “이제 수면 위에 꺼내놓고 시민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 쪽에서도 “싱가포르는 카지노뿐만 아니라 강력한 규제 제도를 보편적으로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카지노의 부작용을 막을 강력한 방안이 제시돼야 하고, 지역 간 유치 경쟁으로 제로섬 게임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 만큼 부산시가 주도하고, 민ㆍ관이 함께 참여하는 TF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제안까지 나왔다.

우리사회에서 아직 내국인에 대한 카지노 출입 개방은 뜨거운 감자로, 그간 논의 자체가 터부시 돼온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시가 오픈 카지노 허용을 정부에 건의하고, 학계나 시민단체가 전향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급변하는 상황 때문.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지난 8월 17일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치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의원 29명은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당 차원에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설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에서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럴 경우 지난 총선에서 애초 지지기반인 호남을 뺏긴 더민주당도 가만히 있기 어렵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는 이를 이슈화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시각이 있다.

부산시가 공론화의 불을 지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작 샌즈그룹이 마음을 두고 있는 곳이 부산인 만큼 기회를 살리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산시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대규모 외자 유치를 위한 법 개정을 지역 정치권에 요구할 경우 여든 야든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은 그 배경이다.

물론 공론화의 핵심인 부작용 최소화 방안에 대한 고민은 매우 중요하다.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강원랜드는 카지노 수익금 일부를 폐광지역 경제 진흥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로 내국인에게도 출입을 허용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전체 카지노 입장객(총 313만3,000명) 가운데 외국인은 1.2%인 3만8,000명에 불과, ‘내국인 출입 전용’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1년에 50일 이상 강원랜드를 출입하는 이용객이 1만명을 넘을 정도로 도박 중독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서병수 시장은 사행산업의 부작용에 대해 “횟수와 금액 등의 한도를 설정하고, 영업시간 제한 등의 엄격한 장치를 마련해 한시적으로 시범 운영해본 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치자”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입법화 타이밍이 매우 급박하다는 시각도 있다. 조돈영 부산시 투자정책특보는 “새만금의 경우 국민의당이 사실상 당 차원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인데다 연내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내년 대선과 최근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발표 등을 감안하면 정계개편 등 정치적 역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여서 정치세력간 이해가 맞으면 ‘지역경제 살리기’ 등 법 개정 연대 명분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