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사생활과 실제 모습이 궁금한 팬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드라마가 찾아온다.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과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스타와 매니저의 이야기를 그린 tvN 새 드라마 ‘안투라지’가 내달 4일 첫 방영을 앞두고 있다. 미국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총 여덟 시즌 방영된 인기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미국 할리우드가 배경이라 욕설과 성적인 대사 등 자극적인 표현이 많아 다소 수위가 높다. 할리우드의 삶을 풍자적으로 다루기에 ‘셀프 디스’(자신의 치부를 개그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난무한다.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을 하면서도 원작의 개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 리메이크의 숙제였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장영우 PD는 “원작의 블랙코미디에 흥미를 느껴 리메이크를 준비하게 됐다”며 “원작의 정서 안에서 한국식 유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식 유대감에 대해 “정과 의리, 가족애”라고 풀이한 장 PD는 “특별히 새로운 설정을 더하지 않아도 원작의 브로맨스를 한국식으로 풀어냈더니 원작의 장점이 더 극대화됐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3년간 기획과 각색을 함께한 서재원 작가는 “전체 줄거리와 캐릭터는 원작을 따라가되 한국 연예계의 리얼리티를 반영했다”며 “표현 수위는 원작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 방송의 심의 기준을 넘는다”(장 PD)고 단언할 만큼 일반 드라마보다는 수위가 높다. 주연배우 조진웅은 “연출자가 시말서 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보탰다. 장 PD는 “CJ E&M에서 만드는 드라마인데도 CJ E&M을 ‘셀프 디스’한다”고 말했다.
캐스팅은 화려하다. 최근 tvN 10주년 시상식에서 드라마 ‘시그널’로 대상을 받은 조진웅을 필두로 서강준, 박정민, 이광수, 이동휘 등 차세대 배우들이 포진했다. 조진웅은 거대 매니지먼트사 대표 김은갑 역을 맡았고, 서강준이 톱스타 차영빈 역에 낙점됐다. 박정민은 차영빈의 친구이자 매니저 이호진 역으로, 이광수는 1990년대 후반 반짝 스타였던 차준 역으로 출연한다. 이동휘는 친구들 사이의 재간꾼 거북을 연기한다. 장 PD는 “캐스팅 당시엔 이렇게까지 잘 나가는 분들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화려한 캐스팅이 됐다”고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캐릭터 플레이가 중요한 드라마인데 배역에 딱 맞는 캐스팅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작가진은 각색 과정에서 연예계 종사자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 사례를 풍부하게 반영했고, 출연배우들이 제작진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눴던 대화도 대본에 담겼다. 덕분에 배우와 제작진은 제작 과정에서 연예계 동료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의미를 짚었다. 조진웅은 “과거 한 감독에게 출연 거절 당한 일이 있었는데 드라마를 촬영하며 당시 소속사 대표가 해준 이야기를 새삼 떠올렸다. 그때 나를 달래려 했던 말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배우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드라마에 담겨 있다. 캐릭터를 떠나 보내기 아쉬워 자꾸만 캐릭터의 모습이 튀어나온다”고 말했다.
‘안투라지’는 100% 사전제작돼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9개국에서도 방영된다. 기대와 달리 싸늘한 반응을 얻었던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이후로 해외시장을 목표로 한 사전제작 드라마의 문제점과 한계가 지적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안투라지’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장 PD는 “프리 프러덕션 단계에서 배우와 제작진이 충분히 소통하고 준비했다”며 “배우들의 호흡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원작 드라마처럼 한국 리메이크 드라마에도 카메오가 대거 등장한다. 박찬욱, 이준익 감독, 배우 하정우와 오달수, 이성민, 강하늘 등이 본래 자신으로 등장해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