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시루 안에서 앞다퉈 머리를 들어 올리는 콩나물 같다고 해서 ‘콩나물 춤’, 한데 뭉쳐 꿈틀거리는 미생물을 떠올리게 해 ‘세균 춤’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17일 아이오아이의 두 번째 미니앨범 ‘Miss me?’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 참석한 멤버 청하는 신곡 ‘너무너무너무’의 대표 안무에 대한 설명에 한 마디를 더 보탠다. “양 손으로 들고 먹는 수박이 연상된다면 ‘수박 춤’이요!”
주먹 쥔 양 두 손을 얼굴에 갖다 댄 채 어깨를 좌우로 흔드는 이 앙증맞은 안무 덕분일까. ‘너무너무너무’는 발표와 동시에 국내 8개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쓸더니 25일 현재 2~3위를 기록하며 아이오아이의 대표곡으로 자리잡을 기세다.
최근 컴백한 걸그룹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가장 공 들여 준비하는 게 바로 ‘포인트 안무’다. 곡에서 가장 귀를 사로잡는 부분인, 이른바 ‘킬링 파트’(Killing Part)에서 주로 선보이는 포인트 안무 하나로 인기의 향방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셉트가 비슷하고 멤버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은 다른 걸그룹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중독성 있는 안무를 차별 전략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데뷔 1년 여 만에 정상급 걸그룹으로 성장한 트와이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걸그룹은 지난 4월 발표한 ‘Cheer Up’에서 보여준 ‘새싹 춤’(얼굴에 꽃받침을 한 채 새싹이 돋는 모양을 나타낸 춤)과 두 손을 양 볼에 비비는 일명 ‘샤샤샤 춤’으로 올 한 해 트와이스 열풍을 일으켰다.
트와이스는 최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 곡 ‘TT’에서도 포인트 안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노래 제목처럼 양 손가락으로 알파벳 T를 그려 우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표현해 소녀들만이 가능한 귀여운 투정을 연상시킨다. 이미 ‘Cheer Up’에서 포인트 안무의 재미를 봤던 트와이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신곡 TT에도)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소녀들의 마음을 담아 킬링파트에 T를 연상시키는 군무를 넣었다”고 전했다.
어느새 인기의 척도로 자리 잡은 유튜브 동영상 영향도 크다. 전 세계 인구가 시청하는 만큼 따라 하고 싶은 안무로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Cheer Up’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1억 건을 눈앞에 뒀다. ‘러시안 룰렛’이란 곡에서 두더지 게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안무를 선보인 레드벨벳도 이 춤이 화제가 되며 지난달 미국 빌보드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K팝 뮤직비디오(25일 현재 기준 3,000만 건 돌파)에 선정됐다. 걸그룹의 포인트 안무만 모아놓은 ‘안무 영상’도 최소 수십 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유튜브 조회수가 해외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며 “(포인트 안무 등이) 국내 팬은 물론 해외 팬들을 공략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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