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왼쪽) NC 감독,양상문 LG 감독/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내일이 없는 단기전에서는 작은 움직임 하나가 경기 흐름을 좌우한다. 사령탑들이 정규시즌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 카드를 내세우며 치열한 지략대결을 펼치는 이유다. 이번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시리즈 마다 나오는 깜짝 기용이 가을야구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 24일 LG와 NC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이다. LG는 1-1로 맞선 7회 2사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소사(31)를 올렸다. 소사는 지난 21일 PO 1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6⅓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졌지만, LG는 이틀 쉰 소사를 불펜으로 동원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더 놀라운 건 소사의 괴력이다. 소사는 초구부터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양상문(55) LG 감독은 "4차전 선발로 소사를 생각했지만, 당시 상황에 맞는 투수가 없어 소사를 투입했다"며 "상태를 체크해보고 4차전에도 불펜으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불펜이 무실점 피칭을 이어간 LG는 연장 11회 승부 끝에 2-1로 이겼다.
불펜 기용뿐만 아니다. 선발 라인업부터 파격이 일기도 한다. NC는 PO 1차전에서 4번 타자로 권희동(26)을 기용했다. 당시 테임즈(30)가 음주운전으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경기에 나설 수 없던 상황에서 NC가 꺼낸 깜짝 카드였다. 김경문(58) NC 감독은 "권희동은 향후 이호준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다"며 4번 낙점 이유를 밝혔다. 권희동 본인조차 놀랐던 라인업은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NC는 0-2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에서 권희동이 안타를 치고 나가며 3-2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타순 파괴는 와일드카드(WC) 결정전 때도 있었다. 김기태(47) KIA 감독은 LG와 WC 1차전에서 외국인 타자 필(32)을 2번 타순에 배치했다. 필은 올 시즌 5번 타자로 가장 많은 타수(216)을 소화했고, 2번 타자로는 4타수 1안타만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LG 선발 허프(32)가 KIA에게 강했던 점을 고려해 김 감독은 "타순이 자주 돌아올 수 있도록" 필을 2번에 넣었다. "필이 키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던 김기태 감독의 예언도 딱 맞아 떨어졌다. 필은 이날 4타수 2안타로 팀 내에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4-2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모든 파격 카드가 통하는 건 아니다. 넥센은 이번 LG와 준PO에서 에이스 밴헤켄(37) 대신 맥그레거(30)를 1선발로 냈다. 한국에서 가을야구 경험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밴헤켄이 더 위력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염경엽(48) 전 넥센 감독은 "밴헤켄이 1차전 선발로 등판할 경우 3일 휴식 후 4차전 선발로 나오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넥센이 LG와 준PO를 4경기 만에 끝내고 PO에 오를 경우, NC와 PO 1차전 선발로 밴헤켄을 낼 수도 있다는 '큰 그림'도 깔려있었다. 하지만 맥그레거는 1차전에서 5이닝 4실점, 4차전에서 4이닝 4실점으로 고개를 떨궜고, 넥센은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탈락해야 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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