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탈취제 1위 제품 페브리즈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해 판매에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페브리즈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제기된 2010년부터 성분에 대한 유해성 의혹이 일었지만 옥시레킷벤키저와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여 비판 받았다. 결국 국내에서 검증받은 바 없는 화학성분을 사용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생활화학 제품 전반에서 '화학포비아'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섬유탈취제 판매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섬유탈취제 판매금액 증감 추세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42% 감소했다. 8월 50%에서 9월 33% 감소로 줄었다가 10월엔 다시 43%로 커졌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지난해 대비 23% 감소했다. 6월 -17.3%부터 7월 -16.7%, 8월 -27.9%, 9월 -26.5% 등으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영향으로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불신이 높아 페브리즈와 같은 섬유탈취제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판매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 섬유탈취제가 분사형으로 흡입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들이 느끼는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페브리즈 국내 판매사인 한국P&G 관계자는 "페브리즈의 매출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부정적 이슈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건 맞다"면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P&G는 1999년부터 페브리즈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해왔다. 옥시 사건의 원인이 밝혀진 이후 페브리즈도 흡입 독성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 성분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한국P&G는 외면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자 그때서야 환경부에 해당 자료를 제출했고, 이후 환경부는 지난 5월 페브리즈에서 벤조이소히아졸리논(BIT)과 DDAC가 각각 0.01%, 0.14%가 검출됐으나 심각한 위해를 주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브리즈를 둘러싼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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