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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대리인 앞세워 미르ㆍK재단 ‘수렴청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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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대리인 앞세워 미르ㆍK재단 ‘수렴청정’ 했다

입력
2016.10.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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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ㆍ김성현을 대리인 삼아

최씨, 더블루K 사무실에서

두 재단 관계자 업무 보고 받아

“고영태 통해 K재단 인사 만나”

조모 더블루K 초대 대표 증언

박근혜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2014년 9월 20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한 딸 정유연(정유라로 개명)의 시상식을 마친 뒤 지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사IN 제공
박근혜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2014년 9월 20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한 딸 정유연(정유라로 개명)의 시상식을 마친 뒤 지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사IN 제공

미르ㆍ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대리인들을 통해 재단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형식상 재단 운영 책임자는 따로 있지만 최씨가 업무 보고를 받으며 사실상 ‘수렴청정’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K스포츠재단의 경우, 최씨가 재단 설립 하루 전인 올해 1월 12일 자신이 세운 더블루K 한국과 독일 법인 이사로 등록돼 있던 측근 고영태(40)씨를 통해 재단을 사실상 자회사처럼 운영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더블루K 초대 대표 조모(57)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씨가 회사 설립 초기 ‘K스포츠재단이 만들어졌으니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리 (서로) 소개하자’고 말해 재단 이사와 사무총장 등을 만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더블루K 직원 역시 “고씨가 K스포츠재단이 만들어졌으니 찾아가 더블루K를 설명하고 사업을 제안해보라고 했다”며 “직원들이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을 만나 사업 설명을 하기도 했다”고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고씨를 앞세운 최씨는 더블루K 사무실에서 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업무를 일일이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더블루K의 면담(회의) 일지를 보면 최씨가 올해 3월 K스포츠재단의 태권도 시범단인 ‘K스피릿’ 창단과 관련해 대외비인 대통령 순방일정까지 포함돼 있다. 재단에 특별한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최씨가 자신의 회사에서 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업무보고를 받은 사실만으로도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최순실 소유 의혹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로이빌딩 5층 건물의 사무실. 아무 표시도 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홍인기 기자
최순실 소유 의혹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로이빌딩 5층 건물의 사무실. 아무 표시도 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다. 홍인기 기자

광고감독 차은택

(47)씨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미르재단 역시 최씨가 수렴청정한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미르재단에서 최씨가 내세운 대리인은 사무부총장 김성현(43)씨다. 김씨는 재단 사무실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했다. 차씨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으며, 최씨가 최근까지 소유했던 서울 논현동의 고급 음식점인 테스타로싸의 이사로 등록돼 운영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가 물러난 정동구(74) 전 이사장은 “(재단 직원들에게) 뒤에서 지시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냐며 내가 직접 만나 보겠다고 했더니 김성현이 나타났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씨를 고리로 삼아 재단을 좌지우지한 것은 결국 최씨라는 것이다.

최씨가 두 재단 운영에 대리인들을 내세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가 세간에 알려져 있는 만큼 최대한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동시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금세탁 의혹과 관련, 수사에 대비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당초 최씨 모녀가 소유하던 비덱스포츠 지분이 지난 18일 딸 정유라(20)씨의 독일 승마 코치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에게 넘겨졌고, 더블루K 독일법인 이사가 최근 고영태씨에서 독일 현지 변호사 박승관(45)씨로 바뀐 것도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개명을 한 것부터 대리인을 앞세운 것까지, 최씨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력을 행사하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파장을 애초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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