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4만원대 매입 후 50만원으로
쪼개 팔아 70억 시세 차익 남겨
경찰, 제보자 조사 않고 사건 종결
수사 협조 자청도 수 차례 묵살
“뚜렷한 사기 혐의 못 찾아” 해명
경찰이 전북 김제시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면서 핵심 제보자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석연찮은 이유로 사건을 종결해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찰은 “수사에 협조해 주겠다”던 참고인의 전화도 수 차례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키우고 있다.
24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제경찰서가 김제시의회 A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건 지난 7월. 전북경찰청은 부동산 업자 B씨로부터 “A의원이 2009년 말 김제시청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 시내의 한 임야를 헐값에 사들인 뒤 이른바 ‘토지 쪼개기’를 해서 높은 값에 되팔아 수십억 원대의 차익을 챙겼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김제경찰서에 수사를 지시했다.
당시 B씨는 A씨가 김제시 검산동 일대 임야 5만여㎡를 구입해 70여개의 지번으로 쪼갠 뒤 신도시 개발예정지라고 속여 당시 3.3㎡(1평) 당 실거래가인 4만~5만원보다 10배나 높은 50만원에 되팔아 7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임야는 대부분 맹지로 A씨와 부인, 지인 등 3명이 2005년 6억5,000여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당시 땅값이 3.3㎡ 당 평균 4만원대에 불과했다.
특히 B씨는 “당초 A의원이 자신과 해당 임야를 놓고 기획부동산 투자 사기를 공모했다가 의견 차이가 있어 갈라진 뒤 A의원이 다른 기획부동산 업자와 손을 잡고 사기행각을 벌인 것 같다”고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내사를 벌여 지난 7월 말 A의원 등이 매입한 해당 임야가 2009년 12월 중순부터 2010년 5월 사이에 서울과 경기 등 외지인 70여명에게 3.3㎡ 당 45만~50만원에 팔린 사실을 확인했다. A의원에 대한 기획부동산 의심 제보가 어느 정도 사실로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경찰 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경찰이 내사 착수 후 3개월 간 한 것이라곤 김제시에서 토지대장과 임야 매매 현황, 등기부등본 등 기본 서류 확인에 그쳤다. 매수인 등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수사는 없었다. 실제 경찰은 매수인 70여명 중 참고인 조사를 실시한 건 2명뿐이었다. A의원은 물론 A의원과 결탁 의혹을 샀던 기획부동산 업체 관계자도 조사하지 않았다. A의원이 해당 임야를 토지 쪼개기를 해 팔아 넘겨, 투기 의혹이 컸지만 그냥 넘어갔다.
특히 제보자 B씨의 지인 C씨는 B씨의 부탁을 받고 A의원의 기획부동산 사기 의혹 사건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자청하기 위해 경찰에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경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C씨는 “경찰 수사 초기 때 경찰과 한 차례 전화 통화를 했는데, 부동산 사기 의혹 내용은 묻지 않고 내 이름만 알아보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더라”며 “이후 수 차례 경찰에 연락을 취하고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질 않아 경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서류와 땅 매입자 조사를 통해 일부 투기 목적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지만 매각 당시 A의원이 수요자들에게 임야를 개발할 것처럼 속이는 등 범죄 혐의(사기)는 발견하지 못해 핵심 참고인 조사는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해명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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