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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폴라니

입력
2016.10.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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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0월 25일

칼 폴라니는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고 국가가 시장의 이해에 좌우되는 한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저서 '거대한 전환'에 썼다.
칼 폴라니는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고 국가가 시장의 이해에 좌우되는 한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저서 '거대한 전환'에 썼다.

“인간과 자연 환경의 운명이 순전히 시장 메커니즘 하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완전히 폐허가 될 것이다.” 경제ㆍ정치철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1944년 책 ‘거대한 전환’(홍기빈 옮김, 길)에서 저렇게 진단했고, 불행히도 세계는 그의 진단에 수렴하고 있다. 세상이 절대 다수의 인간에게 점점 더 메마른 곳이 돼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저 책에서 공산사회가 좌파의 유토피아이듯이 ‘자기조정시장(보이지 않는 손이 합리적 균형을 찾는 자유시장)’도 관념적인 유토피아일 뿐임을 역사적 고찰을 통해 폭로했다. 또 자유방임의 시장이 삶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레 생겨난 게 아니라 국가와 자본이 결탁해 만든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파편처럼 고립돼 있던 중세 길드의 시장을 전국 규모로 네트워크화한 것은 16세기 절대왕정이었고,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 무역시장 역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규칙과 강제-을 통해 자리 잡은 거였다. 시장의 ‘자유’나 ‘자기조정’은 다시 말해 상품 유통의 자유, 자본 증식의 자유일 뿐이었다.

그 시장은 애초에 상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들, 즉 인간과 자연과 화폐의 상품화를 전제하며 그것을 통해 한없이 확장한다. 폐허란 다시 말해, 인간 관계의 총체로서의 사회가 ‘사탄의 맷돌’에 갈려 파편화한 상품들의 집합체로 전락한 결과였다. 폴라니는 본성을 거스르는 국가와 자유시장의 강제는 필연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는 한 인간과 자연은 미래가 없으며, 국가는 시장이아닌 사회의 이해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자 했다. 시장 역시 사회의 일부이고, 사회 없는 시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만 이기면 그만인 공약, 내 임기에만 탈나지 않으면 그만인 정책, 나만 벌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인 시장과 사회의 미래 없는 폭탄 돌리기. 폴라니의 진단과 전망이 새롭게 주목 받는 것 자체가 그가 예견한 필연적인 저항의 징후일지 모른다.

칼 폴라니는 1886년 10월 25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수도 비엔나에서 태어나 자유방임의 시대와 경제공황, 파시즘과 전쟁의 시대를 살며 유럽 여러 나라를 타의로 떠돌았고, 미국을 거쳐 캐나다에서 1964년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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