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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암보다 더 두려운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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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암보다 더 두려운 치매

입력
2016.10.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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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70대 남성과 그 아들이 진료실을 찾았다. 최근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고, TV 리모컨을 서투르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병원으로 모셔왔다. 검사해보니,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로 진단됐다. 가족에게 검사 결과를 알리자 부둥켜안고 눈물을 감추질 못했다.

요즘 고령인들이 암보다 무서워하는 병이 치매라고 한다. 기억력 감퇴는 고령인 대부분이 느끼는 문제로 어떤 연구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인 중 80~90%가 호소한다고 한다. 흔히 기억력 장애는 치매의 시초 증상으로 인식돼 치매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억력 장애가 생겼다고 모두 치매가 되지 않는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 질환에 의해 생기는 뇌손상 결과로, 기억력과 공간지각력, 계산능력, 판단능력 등이 점차 떨어져 일상생활에까지 문제가 나타나므로 기억력만 떨어지는 ‘단순 노인성 건망증’과 구분해야 한다.

지난 주말 가족모임 때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단순 건망증이고, 가족모임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의 기억력장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노인성 치매는 다른 인지 기능이 정상적이면서 기억력만 떨어지는 경우가 흔해 단순 노인성 건망증과 구별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치매 대부분은 알츠하이머병인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이 걸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65세 이상 고령인의 5~10%가 이 병을 앓는다고 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환자가 65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20년 후에는 13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최근 알츠하이머병 경과를 늦추거나 증상 개선을 시키는 약물이 많이 나와 제대로 치료 받는다면 환자와 가족에게 예전만큼 고통을 주지 않는다. 특히 최근 알츠하이머병 원인물질로 알려진 뇌 속 아밀로이드 존재를 감지해 조기 진단할 수 있는 PET 검사법도 나왔다. 진단되면 치료와 뇌건강 관리를 통해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검사비가 비싸 치매 발병에 관심이 많은 고령인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뇌 속 아밀로이드를 혈액검사로 아는 방법을 찾는 등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약물치료 외에 치매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 인지훈련, 일상생활 동작수행 등 치매재활치료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특히 게임 등을 통해 인지기능을 자극하고 기억력, 집중력, 언어기능, 실행기능 등을 높이는 훈련과 적절한 재활을 병행해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호전시키기 위한 인지치료가 각광받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 활발한 사회활동, 적극적인 두뇌활동, 금연, 절주, 건강한 식사 등이 치매 예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기억력과 학습능력 감퇴를 풍자해 ‘디지털 치매’라 하듯이 불편을 감수하고 직접 머리를 쓰고 손을 쓰는 일,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바로 치매 예방의 기본이다. 외적 아름다움을 위해 치장하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작은 습관을 바꿔 뇌건강 관리를 잘해 ‘뇌(腦)미인’이 되는 것이 치매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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