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결별’을 선언한 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몸값이 도리어 뛰고 있다. 중국에서 경제적 실리를 챙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일본과 러시아가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면서다.
24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서 만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초청한 데 따른 것으로,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를 두고 필리핀과 연대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과 일본의 경제 원조를 기대하고 있는 필리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협력 행보로 풀이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방일 기간 동안 미국의 최대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제시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외신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일본의 동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존중하지만, 중국에 맞서 일본을 대변할 수는 없다는 뜻을 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메시지와 상관없이 일본은 상당한 선물보따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은 두테르테의 고향인 필리핀 남부의 농업개발 지원에 50억엔(약 550억원)의 차관 제공 등 경제개발 지원 보따리를 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방중 기간 동안 24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받은 점을 감원해 일본의 지원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연내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도 연신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고리 호바에프 필리핀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희망 목록을 작성해서 달라”며 “러시아에게 기대하는 어떤 지원에 대해서도 마주 앉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이 다급해진 모양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결별 선언 이후 필리핀에 급파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필리핀 외무장관을 만나 “양국의 외교 관계는 뺄셈이 아닌 덧셈이 되어야 한다”며 필리핀과의 동맹 유지 의사를 재확인했고 AP통신이 전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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