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난민을 발로 걸어 넘어뜨려 거센 비난을 받았던 헝가리 기자가 1956년 헝가리 혁명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영화제 수상자가 돼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촬영기자 출신 페트라 라슬로가 편집자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국가의 이방인’이 헝가리 러키텔레크 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이 다큐는 과거 구소련 점령에 맞서 투쟁한 헝가리 시민혁명을 다룬 것으로 정부 소속의 헝가리혁명기념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라슬로의 남편 가보 라슬로가 제작했다.
수상자가 발표되자 중동 난민은 배척하면서, 과거 자국민이 난민 신세가 됐던 시절을 동정적으로 그린 라슬로와 그런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헝가리 정부의 이중잣대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헝가리 극우 방송사 N1TV의 촬영기자였던 라슬로는 지난해 9월 세르비아 접경지역 난민수용소에서 촬영 중, 경찰을 피해 도망하는 시리아 난민 부자를 넘어뜨리고 어린 소녀를 걷어차는 모습이 인터넷에 전해져 비윤리적 행위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라슬로는 당시 자기방어 행동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지난달 검찰에 질서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중동 난민에게 적대적인 라슬로가 제작에 참여한 국가의 이방인은 과거 20만여명의 헝가리인을 ‘난민’으로 만든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56년 11월 4일 구소련은 점령에 저항하는 헝가리 국민들을 탱크 3,000여대와 병력 20만명을 동원해 진압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피난길에 올랐다.
특히 라슬로를 수상자로 선택한 영화제가 중동 난민에게 적대적인 여당 의원이 주관한 것이어서 난민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60년 전 헝가리 난민들은 오늘날 (시리아) 난민들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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