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우울증 아내 가출” 신고
위치 찾았지만 “없다” 듣고 돌아서
40대 결혼이주여성이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7세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했다. 남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해당 숙박업소를 방문하고도 이들의 투숙여부를 파악하지 못해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동부경찰서는 24일 수면제를 먹여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결혼이주여성인 전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1일 오후 5시22분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에 투숙, 아들 정모(7)군에게 비타민이라며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22일 오전 1시29분께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전씨는 숨진 아들을 안고 22일 오전 2시쯤 대구 동구 신천동 자택으로 귀가한 뒤 “애가 잠들었다”며 남편(47)의 접근을 의식적으로 제지했으나 수상함을 느낀 남편의 신고로 이날 오전 2시50분쯤 출동한 경찰에 의해 범행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이 초동수사만 제대로 했다면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남편 정씨는 아내가 집을 나간 날 오후 8시쯤 “우울증이 심한 아내가 집을 나갔다”며 112에 가출신고를 했다. 이어 인근 지구대를 직접 찾아가 “자살 위험이 있는 아내가 아들과 함께 집을 나갔다”며 재차 신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오후 8시30분쯤부터 기지국 주변 숙박업소 등을 뒤지다 전씨 모자가 머물던 호텔을 방문, 투숙 여부를 물었지만 “없다”는 말만 듣고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조사결과 기지국 주변 20여 숙박업소를 탐문 수사하던 중 해당 호텔에 확인했으나 ‘아이를 동반한 투숙객이 없다’고 했고, 투숙객명단에도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며 “실제 투숙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객실문을 일일이 열어볼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탐문 당시 프런트 직원은 근무교대로 전씨 모자를 보지 못했으며, 투숙객 명부는 전씨가 이름을 날려 쓰는 바람에 직원이 엉뚱한 이름을 전산으로 입력해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8년 전 남편과 결혼, 4년 전에 한국국적을 취득한 전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으나 병원치료를 거부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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