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게의 등딱지를 떼 낸 뒤 아가미를 빼 내는 손길이 능숙하다. ‘셰프’의 게 손질 비법은 따로 있다. 밀대로 게의 몸통과 다리를 밀어 살을 빼 내는 게 특이하다. 게의 껍데기와 속살을 따로 된장찌개에 넣으니 게의 향이 더 진하게 우러난다. 딱딱한 껍질을 들고 살을 발라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더니 일석이조다. 살림꾼인 ‘빅마마’ 이혜정이 알려준 조리법이 아니다. 가수 겸 배우 에릭(본명 문정혁·37)은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3’에서 예상치 못했던 요리 실력을 뽐내며 반전을 준다.
“낚시에 더 기대 걸었는데” 에릭의 반전
에릭이 ‘제2의 차줌마(차승원)’로 떠올랐다. 웬만한 전업주부 못지 않게 요리 지식이 해박한 게 흥미롭다. 에릭은 볶음밥을 할 때 달걀을 밥 위에 바로 풀지 않는다. 팬에 빈 공간을 내 반쯤 익힌 뒤 밥과 섞는다. “바로 섞으면 볶음밥이 죽이 된다”면서. 국내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에서 카리스마를 담당하던 무뚝뚝한 리더의 입에서 요리 강좌를 듣게 되다니! 시청자도 놀란 눈치다. 인터넷 프로그램 게시판엔 ‘이런 사기 캐릭터’(ra), ‘에릭 섭외가 신의 한 수’(evyes3) 등 글이 올라왔다. 방송에서 보여 준 에릭의 음식 조리법을 열거하며 되새김질하는 네티즌(초롱이)까지 있다.
어촌편의 주방을 책임 진 에릭과 차승원 사이엔 공통점도 있다. 차승원이 ‘어촌편’ 1~2에서 참치액을 들고 다녔다면, 에릭은 3단 조미료통을 꼭 챙긴다. 가다랑어포와 마른 새우 그리고 멸치를 간 가루로 음식에 감칠맛을 내는 게 에릭의 특기다. 양정우 ‘어촌편3’ PD는 “에릭을 섭외할 땐 낚시에 더 큰 기대를 했는데…”라며 웃었다. 사전 미팅 때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봐 음식을 해 먹는다는 얘기만 듣고 요리엔 큰 기대가 없었는데, 어려운 메뉴 조리법도 잘 알고 있어 정말 놀랐단다.
“차승원은 ‘프로주부’, 에릭은 ‘자취요리달인’”
차승원이 ‘프로 주부’ 같다면, 에릭은 ‘자취 요리의 달인’에 가깝다. 요리를 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에릭은 수제비 반죽을 기름을 두른 비닐 봉지에 넣어 한다. 반죽을 떼 낼 땐 가위를 쓴다. 반죽을 손에 묻히지 않고, 그릇을 쓰지 않고 설거지 거리를 줄이려는 ‘꼼수’다.
에릭은 2004년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며 신화 멤버들과 합숙 생활을 끝낸 뒤 10여 년 동안 홀로 살았다. “식당에서 혼자 설렁탕을 먹는”(방송인 탁재훈) 등 혼자 음식을 먹고 만드는 데 익숙한 만큼 요리에 자취생의 흔적이 잔뜩 묻어날 수밖에 없다. 에릭의 소속사 이엔제이 엔터테인먼트 이종현 대표에 따르면 에릭은 식당에서 사 먹는 밥에 물려 2~3년 전부터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됐다.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TV 요리 프로그램과 요리 관련 만화책이 에릭의 ‘요리 스승’이다.
요리 구력이 짧다 보니 음식을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게 흠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에릭은 초밥 10점을 만드는 데 세 시간이나 썼다. 그만큼 ‘노력파’이기도 하다. 이서진이 한 번이라도 언급했던 요리는 꼭 기억했다가 집에서 조리법을 공부해 관련 재료 등을 다음 촬영에 꼭 준비해 온다는 후문이다. 28일 방송에 소개될 “비범한 카레”가 대표적이다. 양 PD는 “에릭이 ‘어촌편’을 한 뒤 요리 프로그램과 책을 더 많이 보고 있다”면서 “기대가 되면서도 (어떤 낯선 요리가 나올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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