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귀재 전북대 교수 “선진 농업기술 전파, 네팔에 녹색 희망 심었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귀재 전북대 교수 “선진 농업기술 전파, 네팔에 녹색 희망 심었죠”

입력
2016.10.24 04:40
0 0

1. 빈곤국 ‘희망 전도사’로

가정형편 어려운 네팔 자매에

학비ㆍ생활비 등 3년 동안 후원

매년 오지마을들 돌며 봉사도

2. 유기농업 전수로 빈곤 해결

카트만두대에 학과 신설 지원

특성화 교육기관 설립도 추진

국제개발협력 새 모델로 주목

이귀재 전북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네팔에서의 작은 인연을 계기로 네팔에 희망을 심는 등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귀재 전북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네팔에서의 작은 인연을 계기로 네팔에 희망을 심는 등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이올로지(생물학)가 뭐예요?” 이 짧은 질문 하나가 그를 ‘네팔 희망 전도사’로 만들었고 인생 항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귀재(54) 전북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2013년 1월 같은 대학 경영학부 김승운 교수를 따라 네팔로 해외봉사활동에 나섰다. 이 교수는 카트만두에서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탄센’이란 조그만 도시에서 바샬 코필라(당시 17세)양을 만났다. 현지 학생들과 첫 만남에서 명함을 돌리던 그에게‘생물학이 뭐냐’며 질문을 던진 학생이 코필라다.

코필라는 탄센에 있는 학교와 걸어서 3시간 30분 떨어진 히말라야 주봉들이 감싸고 있는 산골 오지마을에서 몸이 불편한 부모와 한살 터울 동생 마야와 함께 살고 있었다. 코필라와 마야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마저 그만 둬야 할 처지였다.

봉사를 최고 가치로 여겼던 이 교수는 코필라 자매가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게 놔둘 순 없었다. 이들이 공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후원하기로 결심했다. 열악한 환경의 공립학교에서 여건 좋은 사립학교로 전학시키고 매달 학비에 생활비까지 지원했다. 후원한 지 3년이 지난 현재 코필라는 네팔 최고의 카트만두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인 동생은 경영학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 교수는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선진 교육시스템을 보급하고 재능봉사를 통해 나눔과 교육의 가치를 실천하는 봉사인이다. 그가 해외 교육 봉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년 전인 2007년 6월 몽골 방문 때부터. 서거석 전북대총장 일행과 몽골국립대학 등 몽골의 주요 4개 교육기관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소박한 몽골인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인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했다”며 “열악한 생활과 참담한 교육환경을 보고 이들의 이웃이 되고 아이들을 가르쳐 꿈을 키워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년 동안 몽골의 오지를 돌며 현지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네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당시 네팔은 생소한 국가였다. 하지만 그가 주목한 것은 빈곤 속의 희망이었다. 네팔은 1인당 국민소득이 700달러로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다.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은 전 국민의 25%에 달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대지진으로 농촌지역 빈곤층은 급증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네팔인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보았다. 그는 “대다수 주민들은 현재는 가난하지만 한국처럼 높은 교육열로 부강한 국가를 만들기를 열망하고 있었다”며 “매년 2~3차례 봉사활동을 하며 네팔의 오지마을을 돌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에서의 작은 인연을 네팔의 희망으로 이어가고 있는 그의 열정은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전공을 살린 농업기술 전수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네팔의 구석구석을 돌며 선진 농업기술 전파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 만이 네팔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개발도상국지원사업에 관심을 갖고 정부,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지난해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코이카와 전북대의 지원과 협력을 얻어 카트만두대에 유기농학과(석사과정)을 신설한 것이다. 이 사업은 한국 유기농가와 협력 시스템을 통해 네팔의 유기농업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기술개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8명의 카트만두대 학생을 네팔 현지와 한국에서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비, 생활비 등을 지원하며 미래 유기 농업인으로 키우고 있다.

올해는 카트만두대 유기농업기술센터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획이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3년간 10억원을 투입한다. 이 교수는 “네팔 정부는 이 사업이 2014년 수립한 농업발전 전략에 활력을 불어넣고, 네팔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기반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이카 민관협력사업으로 네팔 고르카, 럼중 지역에 양봉산업을 전수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르카와 럼중 지역은 지난해 대지진 피해를 입어 빈곤율이 45%에 이르지만 꿀의 재료가 되는 밀원이 풍부해 농가 소득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교수의 네팔 희망심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의 전공 분야인 미생물을 활용한 식물생장 개선 연구 성과를 네팔 유기농업에 전수해 네팔 농업발전과 경제 부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그는 네팔 부통령, 카트만두대 총장 일행과 이러한 사업을 논의 중이며 비정부기구인 국제민간단체를 만들어 자신의 뜻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의료, 농업, 기계, 비즈니스, 교육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에코비젼을 만들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현지인에게 후원금 전액 전달하고 현지에 학교설립을 준비 중이다.

그는 앞으로 네팔에 특성화된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인재를 국내 대학에 유학시켜 우리나라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교수는 “개발도상국지원사업 등을 통해 네팔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나갈 계획이다”며 “교육열이 높은 네팔인들에게 한국의 선진 교육 시스템을 전파해 장기적으로 친한(親韓) 네팔인을 만들어 두 국가의 상호이익을 도모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