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압박 강도 낮은 고발에
민주당ㆍ국민의당 물밑 신경전
송민순 회고록 파문 관련
국민의당, 민주당과 “與 색깔론”
문재인 개입 여부엔 與 공세 보조
3당 체제의 문을 연 20대 국회에서 양당 체제에서 볼 수 없었던 복잡한 삼각 신경전이 빈번하고 있다. 거대 여야 정당간 힘겨루기로 정국이 운영돼 왔던 것과 달리, 새누리당ㆍ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이 사안마다 보조를 달리하며 합종연횡하고, 때로 각개약진식으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국감 증인출석을 거부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고발 문제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신경전을 벌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2일 “아침부터 냄새 피우다 슬며시 양보한 쇼를 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전날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오전까지만 해도 우 수석에 대해 동행명령장 발부를 추진하겠다던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오후에 검찰 고발로 방향을 틀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과 합의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동행명령장이 고발보다 처벌 수위가 높고 압박 강도도 높일 수 있었는데 이를 포기했다는 비판이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보조를 맞춘 데 대한 견제 성격도 담겼다. 민주당 관계자는 23일 “야당이 동행명령장을 추진할 경우 새누리당이 운영위 자체를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정보가 있었다”며 “동행명령장 공방으로 시간을 끌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것보다는 검찰 고발로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일명 ‘정세균 방지법(국회의장 정치적 중립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서는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췄다.
최근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두고선 3당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다. 새누리당의 색깔론 공세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맞서고 있지만,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개입 여부를 두고서는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춰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전 북한의 의견을 물어봤는지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입장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3당의 삼각 관계가 얽히고 설킨 데는 민주당의 중도층 공략과 국민의당의 존재감 부각 전략이 맞물려 있다. 민주당이 중도층을 의식해 때로 새누리당과의 타협책을 구사하고 있고, 이에 맞춰 국민의당도 제3당의 입지를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여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당보다 더 선명한 야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김영환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의 정쟁이 심해지면 무당층이 늘고 국민의당 지지세는 약해진다는 데이터가 있다”며 “국민의당은 ‘선명 야당’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출 때는 선명 야당 입장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수직적 당청 관계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새누리당이 청와대 입장을 그대로 대변해 야당과 각을 세우다 보니, 3당간의 협상 보다는 복잡한 밀고 당기기의 정치 공학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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