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회의 전 성급한 발표 놓고
“소관 아니다” “뒤통수 맞았다”
“외교부 국방부 뿌리 깊은 불신 또 드러나”
한미 양국의 대북 압박 핵심인 ‘확장억제’를 놓고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가 딴소리를 하고 있다.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라는 문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막판에 빠진 것에 대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상이다.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는 확장억제의 수단이자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특단의 대책으로 거론된 사안이다. 2012년 한일 정보보호협정 무산 당시에도 두 부처는 반목해 자기 앞가림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외교부는 “전략자산 배치는 국방부 소관”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윤병세 장관이 19일 외교ㆍ국방장관(2+2)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 전략자산 상시 배치 같은 문제가 내일 SCM에서 협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것도, 외교부 소관이 아니라는 취지에서 그리 말했다는 설명이다. 윤 장관의 관심은 오로지 강화된 대북제재와 신설될 ‘확장억제 전략협의체(한미 외교ㆍ국방 차관급)’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다. 2+2회의 뒤 미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양국 국방장관이 빠져 윤 장관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 대신 답변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윤 장관의 돌발 발언으로 뒤통수를 맞았다”며 불만이 크다. 국방부는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20일 SCM에서 합의가 성사되면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다 윤 장관이 하루 앞서 분위기를 띄우자 부랴부랴 19일 밤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가 아니라 순환배치”라며 미국과의 사전 협의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정작 SCM 공동성명에서 이 표현이 빠져, 국방부로선 체면을 구겨야 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탓이다.
이처럼 미국을 상대로 외교부는 비군사적 대북제재에, 국방부는 군사대책인 전략자산 배치에 매몰돼 각자의 ‘전리품’을 챙기는데 급급하다 보니 부처간 협의는 실종됐고,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
앞서 2013년 SCM에서 채택한 ‘맞춤형 확장억제’는 외교ㆍ군사적 차원을 망라해 북한의 핵 위협 시나리오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하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완벽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워싱턴에서 우리 외교안보 라인이 보인 행태는 북핵 대응이 허황된 구호일 수도 있다는 우려만 키웠다.
심지어 2+2회의와 SCM에 모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22일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게 누구의 주장이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국내에서 전략자산 배치 주장이 빗발치는데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셈이다. 다른 관계자는 “외교부와 국방부의 뿌리 깊은 불신이 또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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