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철회 등 기존 입장 되풀이
성추행 주장 여성엔 “소송할 것”
美 언론, 링컨과 비교하며 혹평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철회 등 취임 후 100일 간 시행할 정책 구상을 내놓았다. 선거가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율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트럼프는 특별한 묘수 없이 기존 주장으로 일관했다.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게티즈버그 유세에서 약 40분간 가량의 연설을 통해 경제와 안보ㆍ무역 등 정책 변화를 중심으로 한 ‘취임 100일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는 TPP를 “잠재적 재앙”이라고 맹렬히 비판하며 취임 첫날 TPP에서 철수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특히 에너지 사업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셰일가스와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미국의 에너지 생산에 대한 규제를 철회할 것”이라며 “오바마가 만든 걸림돌을 없애 키스톤XL 송유관 사업 등 에너지 기반시설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앨버타와 미국 텍사스를 잇는 ‘키스톤 송유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환경오염을 이유로 승인을 불허해 양당 간 갈등을 불러온 대표적인 에너지 사업이다. 트럼프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무책임하다는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유엔 기후변화대응 계획에 출연한 모든 자금을 취소해 미국의 물과 환경 기반시설 개선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어 안보 분야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모든 비헌법적인 행정명령과 지시들을 취소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대법관 후보자를 재선정하고, 불법이민 범죄자들에 대한 추방을 시작하는 동시에 안전한 이민 심사를 보장하지 않는 국가로부터 이민자 수용을 중지하겠다고도 밝혔다.
트럼프는 100일 구상과 함께 최근 피력해 온 ‘선거 조작설’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는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주장하는 여성들을 향해 “성추행 의혹은 완전한 조작이고 절대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라며 “모든 거짓말쟁이는 선거가 끝나면 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전과 다름 없는 강경 발언으로 일관한 트럼프에 미 언론은 냉랭한 평가로 답했다. 특히 트럼프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63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유명한 연설을 남긴 곳을 유세 장소로 택했다는 점에서 두 인물을 대비하는 목소리가 컸다. 뉴욕타임스는 아예 “여론조사에서 연이어 미끄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국면을 바꿀만한 연설을 내놓진 못했다”며 “화합을 향한 링컨의 야심 또한 이어받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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