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 방문 중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은 외교관계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최근 중국 방문에서 보인 반미 행보가 논란이 되자 한발 발을 빼는 분위기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두테르테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고향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과의 외교관계 단절은 필리핀의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내가 결별이라고 했을 때 그것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동맹은 경제적일 수도 있고 군사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에 대한 안팎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지프 빅토르 에헤르시토 상원의원은 “외교정책 재균형이 오랜 친구를 버리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고, 자유당(LP)의 레일라 데리마 상원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그의 혼란스러운 발언과 새로운 외교노선이 필리핀의 국가이익에 역행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알베르트 델 로사리오 전 외교장관은 “국제법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국가와 급작스럽게 손을 잡는 것은 지혜롭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다”고 공격했다.
미국 정부도 연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이 ‘사적’이고 ‘공격적’이며 ‘혼란스럽다’고 표현했으며 마닐라 주재 미국 대사관은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형성한다”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해 필리핀 교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제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선 공개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경제적 분리를 선언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일에는 베이징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미국은 실패했다. 나는 중국의 새로운 이념적 흐름에 따른다”,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중국, 러시아, 필리핀 세 국가가 세계와 대결하는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다” 등 과격한 발언을 이어갔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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