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이동통신기업 AT&T의 미디어기업 타임워너 인수를 비판하며 대선 쟁점으로 끌어올렸다.
트럼프는 22일 연설에서 “내가 맞서고 있는 대표적인 지배구조가 AT&T의 타임워너와 CNN 인수”라며 “극소수의 손에 너무 많은 힘이 집중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T&T와 타임워너는 사실상 인수합병안이 타결돼 발표가 임박한 상태다. 트럼프는 이날 “선출되면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인수합병을 재검토하겠다. 애초에 허가해서는 안 되는 거래였다”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최근 미국 주요매체가 ‘음담패설 테이프’유출과 성추행 폭로 보도에 집중하는 데 대한 불만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CNN, NBC,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자신을 공격하는 보도를 내 왔으며 그 배후에는 거대 자본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비판하며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를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비판한 것도 타임워너 산하에 CNN방송과 주간지 타임ㆍ포춘 등이 있음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트럼프의 우려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과 통신의 거대 공룡간의 융합은 방송의 공공성 문제 때문에 연방 반독점규제기관의 점검 대상이다.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합병도 독점적 지위의 대기업을 탄생시켜 다양한 관점을 억압하고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1년 당시 연방통신위원회와 법무부는 지역뉴스 강화, 스페인어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 강화 등 사회경제적 책무를 다하라는 의미의 다양한 조건을 붙여 두 기업의 인수합병을 허가했다.
공화당은 그간 미디어기업간 대규모 인수합병에 긍정적이었기에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당론과도 배치된다. 오히려 민주당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통신ㆍ미디어정책 전문 앤드류 제이 슈워츠먼 변호사는 CNN머니에 “법무부가 대규모 인수합병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기 전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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