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호(오른쪽)/사진=KPGA 제공.
[칠곡=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윤정호(25ㆍ파인테크닉스), 허인회(29), 서형석(19ㆍ신한금융그룹) 선수가 입장합니다."
18번홀(파5)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나운서의 안내에 갤러리들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갤러리들은 챔피언 조 경기를 보러 18번홀 주위로 모여들었다. 인간 띠를 만든 갤러리들로 인해 18번홀 반경 500m는 장관을 이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장 최종일 모습을 방불케 했다.
마지막에 웃은 선수는 윤정호였다. 윤정호는 23일 경북 칠곡군 파미힐스 컨트리클럽(파72ㆍ7,158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진 못했지만,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윤정호는 황중곤(24ㆍ혼마)과 허인회를 2타차로 제치고 상금 1억 원을 손에 넣었다.
윤정호는 KLPGA에서 활약 중인 누나 윤슬아(30ㆍ파인테크닉스)와 함께 '남매 챔피언'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국내 남녀프로골프투어에는 선수 생활을 같이하는 형제, 자매, 남매가 있지만 '남매 챔피언'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정호는 이날 3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그는 4번홀(파3)과 11번홀(파4)에서 1타씩을 잃으며 2위 그룹의 추격을 허용했다. 황중곤과 손준업(29), 허인회는 전반부터 줄버디를 기록하며 선두 윤정호를 2~3타 차로 압박했다. 그러나 윤정호는 승부처에서 침착했다. 그는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3타 차로 달아난 데 이어 18번홀에서 파로 마무리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윤정호는 경기 후 "(허)인회 형이 워낙 잘 치다 보니 압박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내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데 집중하자는 생각을 한 후부터 플레이가 잘 됐다. 그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누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인생의 멘토다. 플레이도 배울 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성실함과 인성에서 배울 게 많다"고 답했다. 향후 목표를 묻자 윤정호는 "내년 매경 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중곤과 허인회는 18언더파 270타 공동 2위에 올랐다. 손준업은 17언더파 271타로 4위에 자리했으며 10대 돌풍을 일으킨 서형석은 14언더파 274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비록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이들은 팬 서비스를 하며 갤러리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인기 골퍼 허인회는 18번홀을 버디로 마무리한 후 모자를 들어 올리며 응원한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허인회는 홀컵에서 공을 꺼내 갤러리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던졌다. 갤러리들은 공을 잡으러 다이빙하듯 뛰어들었다.
이번 대회는 2008년 헤븐랜드CC(현 롯데스카이힐 성주CC)에서 열렸던 연우헤븐랜드오픈 이후 8년 만에 대구 경북지역에서 열린 대회다. KPGA 한 관계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평일이었던 첫날 500명 정도 왔다. 셋째 날까지 입장권과 초대권만으로 3,078명의 갤러리가 왔다. 선수 게스트까지 합하면 4,000여명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마지막 날에도 많은 갤러리들이 골프장을 찾았다. 갤러리 셔틀버스가 증편돼 운행될 정도였다. KPGA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은 좋지 않은 곳이었지만, 많이들 오셨다. 경상도 지역 골프 팬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상 포진으로 대회 1라운드를 마치고 기권한 최진호(32ㆍ현대제철)는 2016시즌 상금왕(4억2,392만7800원)을 확정했다. 시즌 2승을 거둔 그는 생애 처음 상금왕에 등극했다.
칠곡=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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