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알이 실수로 섞인 홍어 내장탕을 팔아 손님을 숨지게 하거나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식당 주인 부부가 억대 손해배상금을 물어 주게 됐다.
인천지법 민사 11부(부장 박범석)는 숨진 A(56ㆍ여)씨의 남편과 자녀 2명, 뇌사 상태에 빠진 B(62ㆍ여)씨와 남편, 자녀 2명 등 모두 7명이 식당 운영자인 C(여)씨 부부, 식당 명의자인 C씨 오빠 D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C씨 부부가 원고에게 위자료와 장례비 등 1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식당 명의자인 D씨는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지 않아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2월 21일 친목계 회원 3명과 함께 계원 중 한 명인 D씨의 여동생 C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홍어내장탕을 시켜 저녁식사를 했다. A씨와 B씨는 건더기와 국물을 다 먹었고 나머지 계원들은 국물만 먹거나 입에 대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쯤 B씨는 혀가 마비되는 등의 증세를 보여 응급실을 찾았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다. B씨는 다음날 오전 3시쯤 병원에서 MRI 촬영 도중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고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A씨도 홍어내장탕을 먹고 사흘 뒤 오전 7시쯤 집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당시 육안 검시를 맡은 의사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진단했다.
당시 홍어내장탕 국물만 먹은 나머지 계원 2명도 입 안과 다리가 마비되는 등 증세를 겪다가 병원에서 해독제 처방과 위 세척을 받고 완쾌됐다.
A씨 등이 숨진 원인은 홍어내장탕에 섞여있던 독성을 제거하지 않은 복어알이었다.
수사 결과 C씨 부부는 지난해 2월 10일 모 업체에 홍어회와 홍어 내장을 주문했다. 업체에선 저온냉장고에 보관하던 홍어 내장을 검정색 봉투 채로 택배상자에 담으면서 실수로 복어알이 담긴 흰색 봉투를 같이 포장했다.
C씨 부부는 사건 당일 홍어내장탕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복어알과 홍어 내장을 함께 조리해 A씨와 B씨 등에게 내놓았다. 복어알이 담긴 봉투에는 ‘복알’이라고 적힌 파란색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C씨와 홍어 내장을 공급한 업체 업주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고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이들에게 각각 금고 6∼10월에 집행유예 1∼2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민사11부는 “피고인은 식당 운영자로서 손님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조리할 때 먹기에 적합한 재료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손님들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할 계약상 보호 의무가 있다”며 “홍어 내장에 주문하지 않은 복어알이 섞여 있었다 하더라도 각 봉투의 색이 달랐고 복어알이 든 봉투에는 ‘복알’이라고 쓰여진 스티커가 부착돼 주의를 기울이면 홍어 내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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