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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갑질’은 범죄입니다

입력
2016.10.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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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네”. 지난해 1,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를 연기한 유아인이 화물차 운전기사인 정웅인에게 내뱉은 말이다. 이 대사는 당시 ‘갑질’ 논란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유아인이 지난해 갑질의 아이콘이었다면, 올해는 김영애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재벌가 사모님으로 변신한 김영애는 ‘특별수사’라는 영화에서 전직 형사 출신의 변호사 사무장 김명민이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왜 당해야 하지”라고 묻자, “아무 상관없다면 그게 이유가 아닐까”로 답해 ‘역대급 갑질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갑질을 주제로 한 이들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영화 모두 갑질이 횡행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스크린에 투사했기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갑질 캐릭터의 몰락이라는 결말이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찰은 지난 9월 1일부터 ‘갑질횡포’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각 지방청과 경찰서에 특별단속팀을 구성해 수사ㆍ형사ㆍ외사ㆍ여성청소년 등 모든 수사력을 집중, 지역별 특성과 현안에 부합하는 과제들을 선정해 집중단속 중이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무려 95%가 한국의 갑질횡포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스스로 갑질횡포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41%나 나왔다고 한다. ‘갑질횡포’는 이제 일상이 됐고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갑질피해를 당한 사회적 약자들은 우울증을 호소하고, 심한 경우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갑질횡포는 사회구성원 간의 불신과 위화감을 조성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투명한 사회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김영란법을 탄생시킨 것처럼 ‘갑질횡포 특별단속’ 역시 국민의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한 경찰의 노력이다. 갑질횡포는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공공분야의 권력형ㆍ토착형 공직비리, 거래관계에서의 리베이트ㆍ금품수수, 직장내 인사ㆍ채용비리 및 성범죄, 블랙컨슈머의 협박 등이다.

실제로 휴대폰 분실 보상 관련 상담 중 욕설을 하고 침을 뱉는 등 휴대폰 매장의 업무를 방해한 악성 고객의 사례, 외국인 여성을 성매매에 이용해 임금 및 노동력을 갈취한 사례, 직장 상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여성 점원을 성추행한 직장 내 갑질 사례 등 다양한 유형의 갑질횡포가 이번 단속에서 적발됐다.

갑질횡포는 가해자ㆍ피해자 간의 지위격차 등으로 인해 그 실상이 좀처럼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단속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홍보가 아직 부족한 때문인지, 피해사례에 대한 시민들의 신고도 생각만큼 많지 않다. 하지만 특별단속을 실시한 지 1개월여, 갑질횡포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사회 전반에 갑질횡포가 만연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갑질횡포를 근절 수준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질 수 있게 됐다.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활동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다. 피해자의 직접적인 신고가 때론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것이다. 갑질횡포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별안간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언제든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던가. 갑질횡포 특별단속을 통해 대한민국이 보다 정의로운 사회, 건전한 공동체로 한 단계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이재열 제주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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