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끝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 수석은 21일 아침 일찍 청와대로 출근했다고 한다. 수석급 이상의 대통령 참모 대부분은 오전에 국회 국정감사장으로 떠났고, 우 수석은 혼자 남아 청와대를 지켰다. 한 청와대 인사는 “우 수석이 점심 시간에 직원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등 평소처럼 담담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우 수석의 국정감사 불출석 문제와 미르ㆍK스포츠 재단 의혹 등을 놓고 다른 참모들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난타 당하는 내내, 우 수석은 청와대에서 두문불출했다. 그 사이 우 수석의‘상관’인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종일 그를 엄호했다. “우 수석이 이 실장 위의 최고 실세 아니냐”는 야권의 조롱이 나온 대목이다.
우 수석은 국회의 최후통첩도 물리쳤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이 실장이 우 수석과 전화통화에서 국회 운영위원회 차원의 출석 요구를 거듭 전달했지만, 우 수석은 “출석할 뜻이 없다”는 답을 보냈다.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겠다는 야당의 위협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우 수석의 버티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야당 의원들이 우 수석 동행 명령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우 수석의 국감 불출석 입장은 그대로이며, 국회의 동행 명령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청와대는 우 수석의 국회 출석으로 청와대 공격에 불이 붙을 것을 우려, 국회와의 정면 충돌을 감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서는 “국감을 일단 넘기고 우 수석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과 “박 대통령의 임기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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