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하자 시중은행이 대뜸 대출금리부터 올리기 시작했다. 가계부채 위험 관리와 부동산 과열 대책을 빌미로 은행이 대출금리를 지나치게 올려 또다시 잇속 챙기기에 나선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21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사실상 연 3%를 돌파한 상태다.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1월 3.1%에서 점차 하락해 지난 7월 2.66%까지 낮아졌으나, 이후 점차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시 3.0%를 넘어선 것이다.
21일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일시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74~3.57%이다. 우리은행 평균금리가 3.57%이고 KB국민은행이 3.19%,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3.00%, 2.74%이다. 신용등급이 최상이라도 우대금리 요건을 모두 적용받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사실상 3%를 너끈히 넘어간 셈이다. 은행권에선 최근 대출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대출금리 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1.35%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오름세로 돌아선 점을 꼽는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대출 공급 축소, 미국 금리인상 기대효과 선반영 등 시장 요인 등도 배경으로 든다.
은행들의 설명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코픽스 금리가 단 한 차례 0.04%포인트 오른 것에 비해,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 금리 상승폭이 그보다 약 9배나 높은 0.34%에 이른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호황에 편승한 ‘대출장사’로 큰 재미를 봤다. KB국민은행은 3분기 순익이 지난해보다 무려 80.6%나 증가하는 ‘깜짝 실적’을 누렸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박리다매 대출로 오히려 수익을 늘렸던 것이다. 그러다가 대출을 줄이라니까 이젠 ‘고금리 장사’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지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죄는 건 맞다. 하지만 그걸 빌미로 은행이 시장금리보다 지나치게 높고 빠르게 가계 대출금리부터 올리는 건 옳지 않다. 대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대출요건이나 신용평가심사를 엄격히 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시혜를 베풀 듯 은행의 잇속 채우기 영업을 묵인함으로써 원성을 사 왔다. 더는 그런 원성을 사지 않도록 이번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이 부당한 예대마진을 챙기지 않는지, 소비자 편에서 적극 감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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