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뒤에는 진한 감동이 있어, 힘닿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네요.”
경찰 임용 이후 봉사활동을 16년째 실천하고 있는 전북 정읍경찰서 이평파출소 최재근(44) 경위의 사연이 21일 제71회 경찰의날을 맞아 새삼 울림을 주고 있다.
최 경위 봉사활동은 전북경찰청으로 발령받은 2000년으로 거슬려 올라간다. 3년 차 순경시절, 스포츠 등 각종 동아리 활동 중에서 그는 봉사활동을 선택했다. 어렸을 적 동네 어른들을 공경하며 어려운 일을 자기 일처럼 돌보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봉사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 경위는 사회 사각지대에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게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가 봉사동아리 직원들과 함께 처음 봉사활동에 나선 곳은 완주군 종교시설이다. 장애아의 불편한 몸을 부축해 목욕시키고 놀아주면서 천진난만하게 웃던 미소가 잊히질 않아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2002년 제주도로 발령받은 이후에도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그런데 결혼 후 생후 6개월 된 자녀가 뇌 병변 판정을 받아 아내가 하던 일도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야 했다. 그 후 복지시설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자식 같아 너무 괴로워, 주로 노인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10년 동안 제주에서 생활하던 최 경위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목욕봉사와 말동무가 되어 드렸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죽기 전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털어놓은 남제주요양원의 노인이다. 그의 소원은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을 돌아다니는 것과 평생 살았던 집을 한번 보고 싶다는 것. 최 경위는 “소원을 털어놓던 말투에서 전해진 간절한 마음과 그 소원을 이룬 후 환하게 번졌던 미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소원을 이룬 후 노인은 손주 같다며 300만원을 건넸지만 맘만 받았다는 그는“이 세상 마지막 선물을 해드린 이후 더욱 성심 성의껏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2012년 전북지방경찰청 남원경찰서로 옮긴 후에도 그의 봉사활동은 계속됐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왔던 한 다문화 가정을 꾸준히 찾아가 아이들을 위로 하고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최 경위의 퇴근길, 출근길, 주말도 봉사로 채워진다. 틈틈이 헌혈의 집을 찾아 나눔(헌혈)을 실천하는 것도 118회나 됐다. 최근 백혈병 환우에게 헌혈증 50장을 기부하는 등 헌혈증이 필요한 주변 이웃들에게도 힘이 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최경위가 단체나 개인 자격으로 봉사활동을 한 횟수가 1,000회가 넘는다고 전했다. 3개월 전부터는 스포츠 마시지도 배웠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안마를 해주기 위해서다. 마라톤 등으로 체력관리를 하는 최 경위는 “아직도 주위의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 자신의 건강도 유지해야 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에 참여하기 쉽도록 작은 단체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읍=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