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대 정권과 관련한 회고록 중 단연 손꼽히는 저서는 1970년대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을 집중 보도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사임 시킨 벤자민 브래들리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의 회고록이다. 브래들리 전 편집국장은 1995년 발간한 회고록 ‘워싱턴포스트 만들기’(원제 A Good Life:Newspapering and Other Adventures)를 통해 워싱턴포스트가 닉슨 정권의 워터게이트 도청 개입을 파헤친 역사를 재조명했다. 그는 책에서 “대통령이 마침내 사임을 밝힌 날 나는 무릎 사이에 손을 낀 채 책상에 엎드려 조용히 ‘맙소사, 신이시여’라고 읊었다”며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헌법이 얼마나 무시되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아챌 수 있도록 닉슨 사태를 국가적 어젠다로 끌어올렸다”고 회고했다.
브래들리 전 편집국장은 또한 1971년 미 정부의 베트남 ‘통킹만 사건’ 조작이 기록된‘펜타곤 문서’ 보도와 관련해서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는 것과 다름 없었다”며 단호한 결단이었음을 상기시켰다.
워터게이트의 희생자인 닉슨 전 대통령도 자신의 항변을 담은 ‘리처드 닉슨의 회고록’을 1978년 발간했으나 대규모 판매 거부 운동과 함께 “수년간 무료로 진실을 말할 수 있었던 닉슨이 이제 와서 오래된 옛 이야기를 팔아 19.95달러를 받는다”는 비판에 휩싸이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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