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새로운 가계대출 목표치를 제출 받았다. 이미 연초에 세운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만큼 향후 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치를 제시하도록 한 것이다. 점점 더 강도를 높여가는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새 목표를 맞추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을 상대로 올해 남은 2개월여 동안 가계대출을 얼마나 집행할 예정인지를 담은 목표치를 제출받아 점검하고 있다. 은행들이 연초 세운 연간 목표치를 일찌감치 넘어선 만큼 은행 스스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수치 계획을 작성해 당국에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당국은 이와 별개로 시중은행을 상대로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 대책도 세워 철저히 따르도록 지도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출한 새로운 목표치에 얼마나 대출 억제 의지를 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향후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늘리는 경우 현장점검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은행들은 금리를 높여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1차적으로는 영업점 성과평가지표(KPI)에서 가계대출 수익의 비중을 대폭 낮춰 직원들이 적극적인 대출 영업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 추진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이사철 성수기를 맞아 고객들의 주택담보대출 수요 자체가 넘쳐나는 것 자체를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원들이 영업에 나설 때 고객에 제공하는 인센티브인 특별판매(특판) 금리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고객에게 ‘지점장 전결 금리’를 넘어서는 금리 혜택을 줄 때는 은행 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본부 승인을 깐깐하게 하면 그만큼 가계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산금리도 올라갈 공산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구성되는데, 이중 가산금리는 은행이 재량으로 결정한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직원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항목 중 ‘신용위험 원가’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출상품의 우대금리를 축소해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는 방법도 동원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의 높아진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의 부담은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2금융권을 향해서도 대출 점검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보금자리론 등 서민 정책상품의 요건이 까다로워진 상황이어서 대출 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더라도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경우 그 부담은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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