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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금 ‘일괄지급 제도’ 있으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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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금 ‘일괄지급 제도’ 있으나 마나

입력
2016.10.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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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이후 가입자만 가능

특약 보험은 제외… 절차도 복잡

따로따로 청구하는 게 더 빨라

실손의료보험 정책 변천사
실손의료보험 정책 변천사

A보험사와 B보험사에서 각각 하나씩 2개의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한 주부 김모(50)씨는 최근 디스크로 입원치료를 받고 치료비 300만원을 A보험사에 일괄 청구했다. 하지만 며칠 뒤 보험사측은 다른 보험사에서 가입한 상품과 보장기준을 다르다며 일괄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통지했다. 김씨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고 하더니 더 불편하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자가 크게 늘면서 정부가 고객 편의를 위해 2009년 도입한 ‘실손보험 연대책임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연대책임 제도는 실손보험을 2개 이상 여러 보험사에서 가입한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한 보험사에 청구해 보험금 전액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복가입자의 경우 각 보험사의 지급 한도에 비례해 의료비를 나눠 보상받게 되는데, 보험사마다 일일이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올해 6월 말 기준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 수는 총 14만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급 심사조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번거로워 거의 껍데기만 남아있는 상태다. 올해 9월말 기준 상위 4개 손해보험사에 신청된 실손보험 중복 가입에 따른 보험금 청구 건수는 모두 합쳐 봐야 고작 12건. 그나마도 이중에서 보험금이 일괄 지급된 건수는 5건에 불과했다.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것은 제약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신청 대상이 동일한 보장기준에 따라 상품을 만들도록 한(표준화) 2009년 10월 이후 실손보험 가입자로 제한돼 있다. 이전 상품들은 보험사마다 보장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한 보험사에서 지급비율을 정하기가 애매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암 보험이나 상해보험 등에 특약으로 포함된 실손보험도 지급 제외 대상이다. 이 상품들은 질병이나 가입자에 따라 보험금 액수가 천차만별이어서 계약내용을 모르는 다른 보험사가 관련 보험금을 산정할 수 없다. 1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 건, 별도의 심사가 필요한 건 역시 거절 대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표준화 이후 판매된 단독 상품만 여러 개 가입한 사람만 해당된다는 얘긴데, 중복 가입자 대부분이 다른 보험에 특약으로 가입한 경우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도 이 제도로 업무량이 늘고, 타사와의 분쟁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지급을 꺼린다. 한 보험사 손해사정 담당자는 “다른 보험사와 모든 실손보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고 고객 입장에서도 차라리 각 보험사에 청구하는 게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제도를 만든 금융당국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도를 좀더 보완하거나 간편청구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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