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든 회사 공채든 면접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가장 큰 압박감은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이다. 그것도 매우 빠르고 완벽하게. 토론 글쓰기 등을 통한 생각 표현보다 5지선다 객관식 문제에서 정답 맞히기에만 숙련된 탓에 면접 역시 말로 치르는 ‘시험’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압박감은 오히려 생각과 말을 더 꼬이게 할 때가 많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면접. 수험생들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기출문제 챙기고, 답변은 키워드로 준비
면접은 크게 인성면접과 학업적성면접으로 나뉜다. 인성면접에서는 주로 학생의 가치관과 세계관, 기본 교양과 상식, 지원 동기 등을 묻는다. 특히 지원 동기와 학업 계획, 장래 희망 및 전공에 대한 열정은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학업적성면접은 지원한 전공을 학습할만한 자질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면접이다. 전공과 관련된 고교 교과의 기본 개념과 원리, 그것이 실생활이나 사회 현상에 적용된 응용사례와 관련한 질문이 자주 나온다. 이 면접은 전공 관련 지문을 읽은 후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이 이어진다.
대부분 대학이 지난해 면접의 틀과 내용을 크게 바꾸지 않으며, 대학에 따라 면접 유형과 방식도 다르므로 지원 대학의 기출 문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각 대학 홈페이지의 입학처나 자료실에 가면 기출문제를 볼 수 있고,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면접 후기 등을 미리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최근 면접 질문의 경향을 보면 전형별 기출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기출 유형을 철저히 분석해 맞춤형 대비를 한다면 크게 당황하지 않고 답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사 이슈도 잘 챙겨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시사 이슈에 대한 포괄적인 질문은 지원자의 가치관 평가뿐 아니라 전공에 대한 심층적인 답변을 이끌어 내기 위한 도구로도 자주 활용된다”며 “신문의 시사이슈 찬반 토론 등을 활용해 전공과 관련된 시사는 반드시 숙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국정화 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말해보시오’(한국외대 외국어특기자) ‘관심 있는 사회 문제는 무엇이며,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이화여대 미래인재) 등의 시사 이슈 질문이 나왔다.
기출문제, 최근 시사 이슈를 바탕으로 면접 예상 질문을 뽑았다면 자신만의 답변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 답변은 문장이 아닌 키워드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만기 소장은 “문장을 외우기보다는 키워드를 통해 말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면접 현장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준비한 내용을 잘 전달하려면 실전연습을 반복하는 것도 필수. 자신이 답변하는 모습을 거울로 보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보면 평소 몰랐던 버릇이나 불필요한 행동을 고칠 수 있다. 또 친구 3~5명이 모여 토론하면 서로 장단점을 짚어줄 수 있고 실전 감각도 익힐 수 있다. 토론은 면접과 논술을 한번에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죄송합니다” “모르겠습니다” 겁내지 말기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실제 면접장에서 긴장되는 건 피할 방법이 없다. 면접장에 들어서자마자 맞닥뜨리게 되는 면접위원의 무표정한 얼굴부터 수험생의 온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하지만 긴장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반복되는 일정 속에 지쳐있는 면접위원들을 밝은 모습으로 대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면접은 무조건 빨리 대답을 하는 시험이 아닌 ‘대화’라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면접위원의 질문을 끝까지 귀담아 들은 후 단 몇 초라도 생각을 가다듬은 후 말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 예상한 질문, 잘 아는 문제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신중한 학생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죄송하다”는 말을 두려워하지 말자.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정중히 요청하면 된다. 제대로 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의도와 내용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 대답 도중 논리적 모순을 범했다고 생각되면 “죄송합니다. 다시 답변하겠습니다”라고 하고, 면접위원에게 오류를 지적 받으면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한 후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 논리적 모순을 찾아내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 자체가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때 엉뚱한 답변을 하면 기본점수마저 깎일 수 있으니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면접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면접위원의 말꼬리 잡기, “학생은 자질이 없어 보이네” 같은 극단적인 말에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깐깐한 면접위원은 다른 수험생에게도 똑같이 대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잠시 잘 안 풀리더라도 다른 질문이 남아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면접위원이 수험생의 답변과 반대되는 반론을 제시하며 추가질문을 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영덕 소장은 “면접위원들은 수험생들에게 완벽한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수험생이 허점 없는 답변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면접위원의 반론에 당황하지 말고, 질문의 의도를 먼저 파악한 후 앞에서 본인이 말한 것과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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