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힘겨운 가을을 보내고 있다.
성인대표와 19세 이하(U-19), 16세 이하(U-16) 대표 모두 동반 부진에 빠졌다.
안익수(51) 감독이 이끄는 U-19팀은 20일(한국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역전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승1패로 사우디, 바레인과 동률을 이뤘다. 이 경우 3팀 간 승점-골득실-다득점을 따지는데 한국은 승점, 골득실까지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1골이 부족해 고배를 들었다. 이에 앞서 서효원(49) 감독이 지휘한 U-16 대표팀도 지난 달 인도 U-16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에 그쳐 일찌감치 짐을 쌌다. 연령별 대표의 양 축인 U-19, U-16팀이 아시아 대회에서 동반 조별리그 탈락한 건 1994년 이후 22년 만이다. U-16팀은 내년 인도 U-17 월드컵에 못 나간다. U-19팀은 내년 U-20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자동 출전하지만 개최국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최근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고전하며 여론의 질타를 받은 데 이어 U-19, U-16팀마저 고개를 숙이자 대한축구협회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U-19팀의 조기 탈락은 아쉽다. U-19팀은 내년 U-20 월드컵에 대비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만 8번의 국내 훈련을 가졌고 지난 3월 독일 친선경기, 이번 대회 직전 카타르 4개국 친선 대회까지 소화했다. 바르셀로나B(2군) 소속의 미드필더 백승호(19)까지 합류한 정예멤버였다. 백승호가 조별리그 내내 벤치만 지킨 배경도 의아하다. 내년 U-20 월드컵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 대회 전체 흥행에 악재가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U-16팀의 부진 원인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U-16팀 주축 선수들은 골든에이지 프로그램 1기생들이다. 2014년 도입된 골든에이지는 15명의 축구협회 전임지도자와 90명의 시도협회 지역지도자가 연계해 ‘지역-광역-영재’의 3단계 피라미드 방식으로 우수 선수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소속 팀 성적과 관계없이 숨은 인재를 찾고 모든 연령대에서 폭넓게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다. 정정용(47) 축구협회 전임지도자는 “과거에는 U-16 대회에서 눈앞의 성적을 내기 위해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연령별 대표팀의 궁극적 목적은 대회 성적이 아니라 우수 국가대표 육성이다. 일종의 과도기적인 시점에 대회가 벌어졌다. 좀 더 멀리 길게 봐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U-16팀이 대회에서 100% 실력을 발휘 못한 원인이 있다. 이를 철저히 분석해 데이터로 남겨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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