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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우리는 형제”, 두테르테 “봄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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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우리는 형제”, 두테르테 “봄날이 왔다”

입력
2016.10.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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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필리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 미뤄놓고

13건에 3조4000억원 경협 체결

“美ㆍ中 간 동맹 경쟁 치열해질 듯”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EPAㆍ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EPAㆍ연합뉴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수년간 심각한 갈등을 겪어온 중국과 필리핀이 20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밀월 관계에 들어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경제협력을 고리로 일치된 이해관계를 확인했다.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필리핀 고속철도 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과 금융ㆍ통신ㆍ투자ㆍ에너지ㆍ관광ㆍ농업ㆍ해양경찰 등의 분야에서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라몬 로페즈 필리핀 무역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이 135억 달러(약 15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필리핀에 적극 투자하도록 장려함으로써 필리핀의 경제발전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필리핀은 이웃국가이자 혈연관계로 맺어진 형제국가”라고 강조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도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자 필리핀의 친구로 양국 간 깊은 유대의 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겨울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베이징에 왔지만 양국 관계는 지금이 봄날”이라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특히 최대 갈등현안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양국 관계 발전의 기초”라며 “어려운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공동 발전을 추진해 양국 인민에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이 문제가 이번 방중의 우선 의제가 아니라고 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양국간에 많은 협력의 공간이 남아 있다”며 공감을 표했다.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밀월로 평가받을 만큼 의기투합한 데에는 양측의 일치된 이해관계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필리핀과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포위구도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이는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의 위상을 굳히려는 시 주석의 외교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국이란 점 역시 미국을 향한 항변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시 주석 외에도 권력서열 2∼3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별도로 두테르테 대통령과 회동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함께 경기침체를 극복할 대규모 경협이 절실했다.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인권침해 논란을 제기한 미국과 달리 중국은 마약ㆍ테러리즘ㆍ범죄척결 분야 협력 의사를 밝혔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 건인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대화ㆍ협력이란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것만으로도 대규모 ‘차이나 머니’ 유입이 가능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과 필리핀의 밀착은 미국이 중국의 오랜 우방인 베트남과 군사ㆍ안보분야에서까지 협력을 강화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미국과 필리핀이 정치ㆍ군사분야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밀착돼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로 볼 때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패권을 겨냥한 미중 간 동맹ㆍ우방국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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