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84. 3개월 추정 코리안쇼트헤어 아기 고양이 여섯마리
얼마 전 천안에서 고양이가 앞발과 뒷발이 천으로 꽁꽁 묶인 채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신고자가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팔려고 잡았다가 안 팔리자 유기된 거로 위장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안겼는데요.
사실 개뿐만이 아니라 키우던 고양이를 내다 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고양이는 길 위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한국 토종 길고양이인 코리안쇼트헤어(이하 코숏)이외에 길 위에서 생활하는 여러 품종묘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숏이든 품종묘이든 이미 사람 손에 길들여진 집고양이들은 길 위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더욱이 기존 길고양이들과의 영역 다툼에서 지기 쉽고 결국 먹이를 구하지 못하거나 로드킬을 당하는 일도 흔하다고 하는데요.
지난 8월 경기 고양시의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앞에는 8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포대에 담겨 버려져 있었습니다. 보호소의 위치를 알아내 보호소 앞에 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쓰레기처럼 포대에 넣어 버려진 것에 활동가들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길 위에서 태어났는지 가정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낳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태어난 지 1개월도 안된 갓난 고양이들이었습니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고 눈조차 뜨지 못한 상태여서 급하게 병원으로 옮긴 뒤 치료를 했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씩씩하게 견뎌주었고 지난달 서울 잔다리로 카라더불어숨센터로 옮겨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코숏은 털의 무늬와 색깔에 따라 고등어(회색 줄무늬), 치즈태비(주황색 줄무늬), 삼색이(하나의 바탕 색에 두 가지 색의 반점), 턱시도(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검정색)로 나뉘는데요, 8남매는 고등어 7마리에 치즈태비 1마리였습니다. 이 가운데 고등어 2마리는 새 가족을 찾았고요, 이제 막 체중 500g을 넘긴 수컷 세 마리와 암컷 세 마리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깽이(아기 고양이를 부를 때 괭이를 강하게 발음한 깽이를 써서 부르는 용어)답게 발랄하고 다른 고양이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고 해요. 하지만 어릴 때 아팠고 잘 먹지 못하고 자란 탓에 또래 고양이보다는 덩치가 작다고 합니다.
이제 가을철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는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활동가들은 이때를 ‘아깽이 대란’이라고 부를 정도인데요. 아기 고양이가 있다고 무턱대고 구조하거나 구청에 신고해서는 안 된다는 거 이제는 아시죠. 아기 고양이가 혼자 있더라도 어미 고양이가 찾으러 올 가능성이 있고, 아기 고양이가 아주 아파 보이지 않는다면 섣불리 손을 대지 않는 게 좋다는 게 활동가들의 조언입니다. 사람 손을 탄 흔적이 있는 아기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로부터도 버림 받기 때문입니다.
태어나자 마자 버림받은 채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은 아기 고양이들을 올 겨울 보호소가 아닌 따뜻한 가정에서 보낼 수 있도록 이들을 보듬어줄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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