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레이스의 최종 분수령으로 꼽혀온 19일(현지시간) 3차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일본, 독일 등과 함께 한국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부자국가들인데 왜 방위비를 더 내면 안되느냐”라며 당선시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삭감 의지를 재차 거론했다. 트럼프는 동맹들이 방위비를 현재보다 더 부담해야 하며 한국의 경우 100% 부담 필요성까지 언급해왔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이에 대해 “미국은 동맹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 왔다”라며 “트럼프는 핵확산을 막는 동맹체제를 찢으려 한다”고 반박했다.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에서 이날 오후 9시(동부시간)부터 1시간 반 동안 외교, 안보, 경제, 복지 등 6개 분야에 대해 이뤄진 토론에서 두 후보는 각 이슈에 대해 지난 1,2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강하게 부딪혔다. 음담패설 동영상 파일 공개 이후 수세에 몰리면서 ‘미디어와 민주당이 함께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 트럼프에 대해 진행자가‘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는가’라고 묻자 트럼프는 “그때 가서 말하겠다”며 “계속 애를 태울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사실상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클린턴은 이 발언에 “한 마디로 소름 끼친다”고 맞받았다.
성추문에 대한 세간의 의혹에 대해 트럼프는 “클린턴이 이 여성들을 앞으로 나서게 했다고 생각한다”며 “매우 지저분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모두 소설이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또“여성들에 대한 존경심을 나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메일 스캔들 등 각종 의혹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에 클린턴은 “러시아 해커가 배후에서 조종한 위키리크스의 결과물들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꼭두각시를 두려 한다”며 역공을 펼쳤다.
두 후보는 이번 선거 최대 쟁점 중의 하나인 불법이민자 정책에서도 정면 충돌했다. 트럼프는 “강한 국경이 필요하며 물론 국경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며 “미국에 있는 나쁜 사람들은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미국을 더욱 분열 시킬 것”이라며 반박했다.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경제를 일으켜 세울 방안에 대해서도 양 측은 극과 극을 달렸다. 클린턴 후보는 “중산층이 늘어야 미국이 번영할 수 있다”며 “최고소득층의 세금을 올릴 것이다. 중산층에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고, 트럼프는 “세금을 올리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는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마지막 3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CNN과 ORC가 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승리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2%,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39%였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차 토론(클린턴 62%, 트럼프 27%)과 2차 토론(클린턴 57%, 트럼프 34%) 때보다는 격차가 다소 줄어든 것이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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