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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 길목에서 만난 김경문과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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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이’ 길목에서 만난 김경문과 LG

입력
2016.10.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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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20일 경남 창원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양상문(왼쪽) LG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이 선전을 다짐하는 악수를 나누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20일 경남 창원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양상문(왼쪽) LG 감독과 김경문 NC 감독이 선전을 다짐하는 악수를 나누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NC와 LG의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린 20일 창원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공연장. 최근 양 팀이 처한 분위기가 물씬 묻어났다. 경찰에 승부조작 관련 압수 수색을 당한 NC는 차갑게 굳어 있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한 LG는 말 한마디마다 자신감이 넘쳤다.

김경문(58) NC 감독은 고개부터 숙였다. 그는 “(프로야구)두 번째 막내 팀이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며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NC는 21일 시작하는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승부조작 논란에 휩싸인 투수 이재학(26)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또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30)는 음주 운전 징계 탓에 1차전에 결장하고 2차전부터 출전한다. 테임즈는 이날 취채진 앞에서 공식 사과했다. 김 감독은 “팀 분위기가 가라 앉은 건 맞다”면서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뭉치는 것이 중요하니까 선수들에게 ‘더 뭉쳐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플레이오프다. 그는 4년째 NC를 이끌며 팀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명장이다. 2004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이후 통산 1,504경기에 출전해 801승(27무674패)을 거뒀다. 800승은 김응용 감독(1,567승), 김성근 한화 감독(1,361승), 김인식 감독(980승), 김재박 감독(936승), 강병철 감독(914승)에 이어 6번째다. 승률로 따지면 5할4푼3리로 통산 1,000경기 이상 지휘봉을 잡은 감독 중에서는 김영덕 감독(0.596), 김응용 감독(0.547)에 이어 3위다. 800승 이상 감독으로 범위를 줄이면 김응용 감독에 이어 승률 2위다. 아울러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우승, 국내 야구에서 유일무이한 올림픽 금메달 사령탑이다.

하지만 딱 하나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1,000경기 이상 출전 감독 중 정상에 서 보지 못한 사람은 김경문 감독이 유일하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것만 2005년, 2007년, 2008년(이상 두산), 2015년, 2016년(이상 NC) 등 총 5차례이지만 가을의 마지막은 유난히 쓸쓸했다. 두산 시절에는 3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하면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3번 준우승은 김영덕 감독(6회)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두산을 강팀의 반열에 올려 놓고도 우승에 실패해 2011년 시즌 도중 사퇴한 김 감독은 NC에서도 어느덧 계약 마지막 해에 이르렀다. NC 역시 단기간에 신흥 강호로 성장시켰지만 올 시즌 구단은 우승을 원하고 있다. 거취와 상관 없이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김 감독 스스로에게도 자존심이 걸린 가을이다.

NC에 맞서는 LG는 14년 전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한국시리즈 명승부 중 하나로 회자되는 2002년 LG는 삼성에 2승3패로 뒤진 6차전 9-6으로 앞서다 이승엽에게 동점 3점홈런,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 맞고 주저 앉았다.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LG는 올 시즌처럼 정규시즌 4위로 턱걸이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2승), 플레이오프에서 KIA(3승2패)를 연파하고 정상에 도전했지만 극도의 체력 고갈은 정신력으로 버텨내지 못했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삼성에 못지 않은 박수를 받은 LG였지만 그로부터 13년 동안 우승과 마주하지 못했다. 1994년이 마지막 우승인 LG는 롯데(199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장기간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다.

LG 선수들은 2002년에 선배들이 못 다한 화룡점정을 찍을 천재일우라는 각오로 뭉쳐 있다. 양상문(55) LG 감독은 “감독으로서 이기고 싶은 열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우리가 앞서 치른 6경기를 통해 보여줬던 투지, 투혼, 열정 그리고 재미 있는 야구로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1차전을 승부처로 꼽은 NC와 LG는 각각 에릭 해커(33), 헨리 소사(31)를 선발 투수로 내세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okilbo.com

창원=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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